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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프로는 ‘아이폰 계승자’일까? 실패작 ‘핑’일까?

경불진 이피디 2023. 6. 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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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달러짜리 사과.

주식에 관심 있는 분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 것입니다. 바로 애플 주가 이야기죠.

지난 1125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스멀스멀 올라가더니 이제는 180달러를 훌쩍 넘었습니다. 덕분에 시가총액 3조 달러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처음으로 장중 3조 달러를 넘었던 영광을 다시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3조 달러는 세계 5위인 영국의 GDP보다 많은 엄청난 규모입니다.

 

최근 애플 주가 상승세의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바로 비전프로 덕분이죠. 하지만 비전프로가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을 때는 우려가 컸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죠. 그런데 1주일 만에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지난주 공개된 비전프로는 애플에서 내놓은 혼합현실 헤드셋입니다. 안경처럼 쓰면 눈앞에 컴퓨터 화면이 펼치지는 경험을 할 수 있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영화  ‘ 레디 플레이어 원 ’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마치 스키고글 같은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 세계를 모험하죠. 단순히 게임만하는 것이 아니라 돈도 벌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친구 뿐만 아니라 연인도 이 기기를 쓰고 만납니다. 암울한 현실과는 전혀 다른 가상세계를 맛볼 수 있는데요.

 

비전프로도 비슷합니다. 머리에 쓰면 가상세계를 모험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하던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현실공간에서 가상의 창을 만들어 다양한 앱을 구동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 대신 눈동자로, 손끝으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30미터 크기로 화면을 키워서 영화에 몰입할 수도 있고요. 작은 헤드셋 안에 고성능 칩과 12개의 카메라, 6개의 마이크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주변을 실시간으로 인식해서 가상 이미지와 섞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바로 공간 컴퓨터가 된다는 거죠.

 

이는 비전프로를 체험해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눈앞에 펼치지는 장면이 현실처럼 다가온다고들 전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팀 쿡 CEO는 비전프로 공개하면서, 원 모어 씽, '하나만 더' 말하겠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을 때 주목을 끌려고 썼던 소개 문구죠. 이번 제품도 그만큼 혁신적이라고 강조한 셈입니다.

 

팀 쿡이 이렇게 강조한 이유는 있습니다. 비전프로가 전혀 새로운 제품은 아니거든요.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소니 등이 이미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죄다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하지만 팀 쿡은 자신합니다. 아이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고···. 다들 아시다시피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원조가 아니잖아요. 최초의 스마트폰은 IBM 사이먼으로 알려져 있고 스마트폰에 쓰이는 기술도 PDA, MP3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었죠. 즉 아이폰에 들어있는 새로운 기술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기존 기술을 잘 다듬어 하나로 합친 것이 아이폰입니다.

 

비전프로도 비슷하다는 거죠. 비전프로에서 새로운 기술을 찾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잘 조합하는 것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비전프로에 들어가는 부품도 자체 제작인 아닌 외부조달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 OLED는 기존 OLED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든 디스플레이입니다. 크기가 작아 마이크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실리콘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라고도 불리죠. 엔리얼 등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에 이용된 적은 있지만 메이저 기업 제품에 상용화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럼 첫 영광은 누가 차지했을까요? 아쉽게도 애플 비전 프로 마이크로 OLED를 만든 곳은 소니라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TV시장에서 삼성과 LG에 밀린 소니가 가장 앞선 마이크로 OLED를 만든다니···. 하지만 소니는 OLED TV를 최초 상용화한 회사입니다. DSLR 카메라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세계 1위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죠. 바로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레이스테이션용 XR기기도 있죠. 이것도 소니에서 만들었고요. 따라서 마이크로 OLED 관련 기술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럼 국내 기업은? 아쉽게도 아직 양산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와 함께 마이크로OLED 개발과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섰고요.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안에 파일럿 라인을 완공하고 2024년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입니다. 삼성은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 OLED업체 이매진을 2,9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RGB 기반 마이크로 OLED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는데요. RGB 마이크로OLED는 애플 비전프로에 적용된 소니의 마이크로OLED보다 진보한 기술이라고 하네요. 빠른 시간내에 소니를 앞서 비전프로에도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요.

 

왜냐면 450만원짜리 비전프로의 부품 원가를 전문가들이 따져보니 190만원 쯤 됩니다. 그 절반인 90만원짜리 부품이 사람의 눈으로 영상을 보내주는 손톱만한 초소형 화면, 즉 마이크로 OLED입니다. 전체 원가의 40%가 넘는 셈이죠.

 

다행히 우리 기업들이 납품하는 부품도 있습니다.

 

비전 프로는 다른 MR 헤드셋과 달리 외부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점도 특징이죠. 쓴 상태에서 착용자의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이 때문에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그건 오해라는 군요. 반투명을 쓴 게 아니라 양면 디스플레이를 쓴 것입니다. 착용자는 비전 프로에 달린 12개의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한 영상을 눈 깜짝할 사이(12밀리세컨드)의 시차를 두고 봅니다. 바깥 면에는 착용자의 눈이 곡면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따로 표시된다는 거죠. 착용자의 눈 방향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것과 사전에 촬영된 착용자의 얼굴 모습을 합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착용자의 눈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화면을 보는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착용자도 주변을 투명하게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촬영된 이미지를 보는 것입니다. 재미있죠. 이렇게 재미있는 부품은 누가 공급하는 걸까요?

 

바로 LG디스플레이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 지속 공급했던 인연이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비전 프로에는 동작과 공간 등을 인식하기 위한 비행시간측정(ToF) 모듈도 들어갑니다. 피사체에 광원을 쏜 후 되돌아오는 시간이나 변형 정도를 측정해서 거리, 입체감 등을 파악하는 부품이죠. 애플은 2020년 아이폰12부터 ToF를 첫 탑재했는데요. 바로 LG이노텍이 이 부품을 공급해 왔고 비전프로에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비전 프로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메인 연산기능을 수행하는 M2와 카메라, 센서 등에서 받은 정보를 빠르게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R1이 같이 장착됐는데요. M2에 들어가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FC-BGA)은 삼성전기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비전 프로 카메라는 중국 코웰이 맡습니다. 코웰은 주로 아이폰 전면 카메라를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미 정부는 중국 부품을 쓰지 마라고 우리 기업들에게는 압력을 넣더니만 애플에게 아무소리 못하나 봅니다.

 

이처럼 비전프로는 미국의 기술과 우리나라, 일본, 중국의 부품이 만나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비전프로가 아이폰만큼 혁명을 일으킨다면 일본, 중국은 물론 우리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죠.

 

정말 비전프로가 아이폰 혁명 계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넘어야 할 부정적 인식들이 아직 여전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가격. 스키 고글처럼 보이는 기기 하나에 450만 원이 과연 합당하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5WWDC에서 비전 프로의 가격이 공개됐을 때 현장 객석에서는 야유 소리가 터져 나왔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미 저가형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니 가격 이슈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걸림돌은 무게. 착용해 본 사람들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여전히 광대뼈에 압박감을 줄 정도로 무겁고 답답합니다. 애플이 초소형 선풍기를 집어넣어 공기를 얼굴 아래쪽에서 머리 위로 순환시키는 방법까지 썼지만, 장시간 사용에는 디스플레이가 닫는 부분이 살짝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정도라고 합니다.

 

머리에 써야한다는 거부감도 걸림돌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반대했던 시위를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특히 화장이나 머리스타일을 망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요.

 

여기에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배터리 시간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는 지적도 있죠. 특히 애플이라는 종교에 빠진 마니아들은 이런 단점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것은 애플이란 이름이 지닌 힘 아닐까요?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애플은 다른 어느 기업보다 시장을 여는 힘이 있다는 거죠. 기존의 기술을 하나로 끌어 모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스위스·일본 시계 업체와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란 비난 속에서도 애플워치를 통해 스마트워치 시장을 만들었죠. 또 콩나물 같다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었던 에어팟도 블루투스 이어폰이란 시장을 새로 창조했고요. 이번 비전프로도 꽉 닫힌 줄 알았던 메타버스 시장을 활짝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거죠.

 

물론 시장이 진짜 열릴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애플이 시장을 열기도 했지만 아예 문을 닫게 한 것들도 있거든요. 대표적인 것인 ’. 아마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스티브 잡스가 라디오 등장 이후 가장 획기적인 솔루션이라고 자랑했던 소설 뮤직 네트워크 서비스인데요. 아이튠즈, 아이폰, 애플TV,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막강 디바이스들을 무기로 SNS 시장까지 장악해보겠다는 포석이었죠. 하지만 페이스북 등에 밀려 곧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애플이 숨기고 싶은 대표적인 실패작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비전프로도 아이폰의 계승자가 될지 핑처럼 눈물을 핑 흘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점을 얼마나 빠르게 보강하는지. 관련 콘텐츠를 얼마나 공급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충분히 바뀔 수 있거든요. 다만 3조 달러라는 막강한 자본력에 시장을 여는 힘까지 갖춘 애플이니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힘은 다른 어느 기업보다 세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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