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갈수록 커지는 세수펑크··· 은근슬쩍 사라지는 것은? 본문

카테고리 없음

갈수록 커지는 세수펑크··· 은근슬쩍 사라지는 것은?

경불진 이피디 2023. 6. 7. 16:39
반응형

“무엇보다 가장 성실한 납세 계층은 임금 근로자 여러분입니다. 원천징수를 받는 우리나라의 많은 임금 근로자 여러분께 국가 재정 기여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이야기를 누가 했을까요? 지난 3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언론들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53년 만에 처음으로 납세자의 날기념식에 참석했다고 일제히 전했는데요. 특히 임금 근로자에 대한 감사는 원래 축사에는 없던 내용으로, 특히 원천징수를 받는임금 근로자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윤 대통령이 즉석연설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본인이 평생 임금 근로자였기 때문에 '유리지갑', 월급쟁이에 대한 존경심이 깊다납세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크게 반영된 것 같다고 언론에 설명했고요. 이에 많은 언론들은 대통령 본인이 공무원으로서 27년동안 '월급쟁이'였기 때문에 매달 따박따박 세금을 원천징수받는 납세자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까지 강조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대통령 스스로가 월급쟁이이니 우리가 낸 세금을 아껴 쓰는 것은 물론 월급쟁이에게 걷는 세금을 깎아주지는 않을까하는 기대까지 하셨던 분들도 일부 계셨을 것입니다.

 

실상은 어땠을까요?

최근 세금관련해서 크게 두가지 움직임이 보입니다.

 

첫 번째. 바이오 투자하면 '세금 감면'.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해 국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세계적 바이오 단지로 꼽히는 미국의 보스턴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나아가 바이오를 2의 반도체수준의 수출 동력으로 키운다는 목표라고 합니다.

 

탈중국 선언했다가 탈한국 당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폭망 수준인데 제2의 반도체를 거론한 것을 차지하더라도 미국 수준의 바이오 단지를 만들려면 방법이 있어야 할텐데요. 그게 뭘까요?

 

바로 세금감면 동물 세포 배양 등 바이오 의약품(사람 등 생물체의 단백질·세포 등을 원료로 만든 의약품) 분야의 핵심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겠다고 합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바이오 대기업의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이 기존 1~3%(중견 5~6%, 중소 10~12%)에서 15%(중견 15%, 중소 25%)로 대폭 확대되죠.

 

따라서 이르면 8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셀트리온 등 바이오 대기업들도 시설 투자액의 최대 25%를 세금에서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는 군요.

 

그런데 바이오만이 아니죠.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말 올해부터 기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대기업 등의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높인 데 이어, 지난달엔 전기차 생산 시설을 포함한 전기차·수소 기술 및 시설도 공제 확대 대상에 추가한 바 있죠. 여기에 바이오까지 추가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겁니다.

 

물론 바이오, 반도체, 전기차 육성은 중요하죠.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수출 자료를 살펴보면 전년 동월대비 자동차는 49.4% 늘어났지만 반도체 36.2%, 바이오헬스 27.1%나 감소했습니다. 특히 중국 수출이 20.8%나 줄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제2의 한한령을 발령할 조짐입니다. 이런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아니 풀 생각도 하지 않고 세금만 감면해준다고 바이오가 살아날까요? 반도체도 마찬가지고요.

 

더 중요한 문제도 있죠. 경불진에서도 여러차례 경고했듯이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무려 339000억원 줄었습니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며 목표로 한 국세수입액(4005000억원) 가운데 얼마만큼이 걷혔는지를 보여주는 세수 진도율4월까지 33.5%에 그쳤습니다. 최근 5년 평균 4월 세수진도율 37.8%를 밑도는 것이자, 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세금이 덜 걷히는 정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대비 국세가 덜 걷히는 현상은 올초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4월은 특히 감소폭이 99000억원으로 컸습니다.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대기업 세금을 대폭 깎아준데다 수출 등도 줄어들고 있어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가 대폭 줄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에만 지난해 대비 덜 걷힌 규모가 무려 9조원. 4월까지 누계는 무려 158000억원이나 됩니다. 감소폭이 무려 30.8%.

 

또 윤 정부들어 종부세 등도 깎아줬죠. 종합부동산세는 지난해 3000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다만 종부세는 연말에 내는 세금인 만큼 올해 세수의 향방이 현재로선 감지되지 않지만 기본공제 상향과 세율 인하, 공시가 하향 등 요소가 모두 맞물리면서 수조원대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죠.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를 감면해주면서 4월까지 걷힌 양도소득세는 72000억원, 55%나 감소했고 증권을 사고팔 때 발생하는 증권거래세 역시 7000억원, 28.6%나 줄었습니다. 상속세 역시 5000억원, 8%나 감소했고요.

 

정부가 걷고 있는 거의 모든 세금이 줄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늘어난 것도 있거든요. 그게 뭘까요? 바로 정부가 세금관련해서 보이는 두 번째 움직임인데요.

 

둘째. 바로 윤 대통령이 원천징수를 받는임금 근로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유리지갑의 어려움을 강조했다는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

 

올해 4월까지 근로소득세수는 228000억원이 걷혔습니다. 1년 전보다 1000억원 늘어난 수치인데요. 증가율은 0.4% 밖에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상하죠. 다른 세금들을 다 줄었는데 유독 근로소득세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죠. 정부는 올해 근로소득세로 606천억 원이 걷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4.6%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한마디로 앞으로 더 걷겠다는 것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근로소득세는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급여에서 원천징수됩니다. 그래서 유리지갑이라고 하죠. 한마디로 유리지갑만 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이에 대해 정부는 이상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소득자는 19959000, 이들의 평균 연봉은 4024만 원이었지만 5년 사이에 근로자 수는 222만 명이, 평균 연봉은 664만 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월급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급여까지 높아졌으니 내는 세금도 늘었다는 거죠.

 

하지만 다들 이유를 아시잖아요. 법인세 혜택,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등 각종 감세 혜택은 근로소득자를 빗겨가고 있습니다. 법인세는 세율을 일괄적으로 1%포인트씩 깎아줬죠. 주택 보유세는 3년 전 수준으로 되돌렸습니다.

 

하지만 올해 근로소득세는 세율은 그대로 둔 채 과세표준 구간만 소폭 조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지난해와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월급보다 훨씬 많이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월급이 올라도 오른 게 아닙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3분기엔 2.8%, 4분기엔 1.1% 감소하며 오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올해 1분기도 제자리걸음.

 

윤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하면 정부는 나중에 세금으로 받아가면 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왜 유리지갑만 지금 받아가는 것일까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세만 늘어난 것은 차지하러다도 올해 들어 세수 펑크가 34조원에 달하잖아요. 문제는 정부가 써야할 곳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죠. 가뜩이나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서민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어려운 계층부터 두꺼운 지원을 하겠다고 공약했는데요.

 

현실은 어떨까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기금 등 여유 자금과 세제잉여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방교부세 등을 뺀 세제잉여금 규모는 28000억원이고, 용도 제한이 없는 특별회계 잉여금은 31000억원이어서 이를 합해도 6조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34조원의 세수 펑크가 났고 이대로라면 올해 100조원에 달하는 세금이 모자를 수도 있는데 겨우 6조원. 이게 뭘 의미할까요?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 아닐까요? 이 때문인지 윤 대통령도 사회복지서비스를 민영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 아닐까요?

 

이미 서울시가 총대를 맸습니다. 4년 전부터 제공해온 공공돌봄 서비스를 민간위탁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한마디로 공공 어린이집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또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노인 알바 일자리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방침을 세웠습니다. 세금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이 취업자 통계 수치를 부풀리기 쉽다는 핑계를 댔는데요. 하지만 노인 알바는 노인 빈곤율 1위인 대한민국에서 생계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일부 보충해주는 의미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를 줄이겠다는 거죠.

 

게다가 실업급여 수급자의 구직급여를 감액하고 대기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실업급여 제도를 손보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들 때문이라는 핑계로요.

 

여기에 지난해 국회에서 무산된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을 다시 추진한다고 합니다. 지역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만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데다 재정도 부족하니 없애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이밖에도 수두룩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알게 모르게 줄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세수는 부족한데 추경은 안한다고 똥고집부리고 법인세나 종부세 깎아준 것을 원상복귀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그러니 존경한다는 유리지갑, 노동자들만 들들 볶는 것은 아닐까요?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