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미 기준금리 내렸는데 내 대출금리는? 본문
미국 연준이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론들이 난리입니다. 국내 금리도 내려가면 그동안 쌓인 체증이 사라지듯이 경제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기대인데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릅니다. 대출 금리는 오히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첫 번째. 높아진 대출문턱.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850∼5.633% 수준. 지난달 30일(연 3.850∼5.736%)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0.103%포인트 내렸습니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500∼6.471%)도 하단이 0.09%포인트, 상단이 0.0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변동금리 지표인 신규 코픽스(COFIX)가 3.42%에서 3.36%로 0.06%포인트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3.291%에서 3.187%로 0.10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그럼 당연히 대출금리도 내리겠죠.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일반인들이 받는 대출금리는 대부분 올랐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5월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별 대출 금리가 다르다?!’편에서 알아봤듯이 금리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금리 결정에 사용되는 변수가 알려진 것만 따져도 무려 11가지.
대출기준금리+리스크프리미엄+유동성프리미엄+신용프리미엄+자본비용+업무원가+법적비용+목표이익율+부수거래감면+본부조정+영업점장 전결조정=최종대출금리
내부적으로는 이것보다 더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코픽스 금리가 내렸다고 시중금리가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금리 하락을 막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압박에 실수요자에게만 대출을 내준다는 명목으로 이혼서류, 청첩장 등을 요구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죠. 물론 일각에서는 위조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은 확실하죠.
두 번째. 좀처럼 줄지 않는 가계대출.
많은 언론들이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었다며 기준금리 내릴 때가 됐다고 난리입니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9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원으로 8월 말(725조3천642억원)보다 2조7천227억원 늘었습니다. 2020년 11월(+9조4천195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 폭(+9조6천259억원)의 약 27%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죠. 한 달의 약 3분의 2가 지난 시점인 만큼, 산술적으로는 현재 증가 속도대로라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많아야 약 4조1천억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는 8월의 절반 이하(약 43%) 수준이고, 5개월 전인 4월(+4조4천346억원)과 비슷한 증가 폭입니다.
좀처럼 줄지 않는다고 하더니 팍 줄었네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줄어든 것은 확실하죠. 하지만 어느 시점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언론들인 가계대출 증감 추이 관련 수치를 올 5월말 이후만 보여줍니다. 증가폭이 5월말 5조2278억원, 6월말 5조3415억원, 7월말 7조1660억원이었으니 이달들어 크게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과거에도 매달 5조 이상씩 가계대출이 늘어났을까요?
올 1월에 겨우 4777억원 늘었고 심지어 2월에는 2조2238억원 줄었습니다. 따라서 이때와 비교하면 이달 증가폭이 적다고 할 수 없죠.
1년 전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은 1조5174억원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었다는 언론들의 진단은 잘못된 것입니다.
셋째. 국가신용등급 하락 경고.
이게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 때 우리경제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국내외 통화기관들이 최근에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BIS는 가계부채 증가가 처음에는 자금 조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실물자산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예를 들어 빚을 내서 소비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상환과 이자 지급 부담 때문에 미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이 바로 미래 성장을 갈아먹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2.7%(BIS 기준)에 달해 100% 선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입니다. 이 중 가계부채가 100.5%, 기업부채가 122.3%. 특히 이렇게 늘어나는 부채의 상당수가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점이 문제라는데요.
이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4월 우리나라 부채규모가 더 늘어난다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은의 진단도 비슷합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며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손쉽게 경제를 이끌어오던 과거 정책 대응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그런 고리는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라고도 강조했죠.
즉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표현입니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집값과 가계부채를 볼때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와 언론이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며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달 11일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지표만 따진다면 국제기구의 경고를 감안하면 금리를 내리는 것은 힘들어 보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말 금리를 내린다면 이건 한은이 통화정책을 포기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더 큰 혼란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최대한 현금 확보하고 IMF와 같은 위기를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4875486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