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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와 보잉 스캔들의 공통점은?

경불진 이피디 2024. 7. 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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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구팬들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죠.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이 걱정될 정도입니다. 국내 축구팬들은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고요. 그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를 일방적으로 선임했기 때문이죠.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때만 해도 유능한 외국 감독을 다시 불러올 것이라고 축구협회도 약속했고 팬들도 믿었습니다. 그런데 감독 선임 작업을 차일피일 미룬 데다 3월과 6월 경기는 임시감독체제로 치루는 황당함을 보였죠. 더 미룰 수 없게 된 축구협회는 시즌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홍명보 울산감독을 갑자기 국가대표 감독으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기행(?)을 시전 했습니다.

 

이런 선임 과정이 너무나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축구팬들은 강하게 분노하고 있는데요. 여기저기서 각종 폭로도 이어지고 있고요. 특히 감독 선임과 관련된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의 박주호 위원이 대표적이죠. 여기에 두 개의 심장으로 통하는 박지성, 꾀돌이 이영표 등도 홍명보 선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월드컵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손흥민 선수 등 일부 선수들마저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국가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걱정까지 드는데요.

 

이런데도 모든 책임을 져야할 축협은 이러다 말겠지란 안이한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난 받던 감독들도 경기만 잘하면 여론이 금방 바뀐 것처럼 오는 9월 예선에서 승리하면 지금의 혼란은 씻은 듯이 사라질 것이라 믿고 있는 거죠. 하지만 축협과 정몽규 회장의 생각대로 될까요?

 

이를 점쳐볼 수 있는 세계적인 스캔들이 있습니다. 바로 보잉 스캔들’. 그런데 보잉은 항공사잖아요. 축구와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보잉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지난 1구글이 발견한 성과 좋은 팀 공통점 5가지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보잉 스캔들을 다뤘는데 이후로도 사태는 끝나지 않은 듯합니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국제공항에서 이륙하려고 가속 중이던 아메리칸 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 바닥에서 연기가 솟아올라 이륙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심지어는 이틀 전인 8일 유나이티드항공의 보잉 757-200기종 여객기가 LA 공항에서 이륙한 뒤 기체에서 바퀴가 떨어져 나오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죠,

 

이 때문에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객기를 이용하는 관광객 중에 보잉 여객기를 타는 것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보잉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

 

한 때 이런 말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보잉하면 세계 최고의 항공사인데다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에버렛에 있는 항공사 보잉의 공장 견학 프로그램 마지막 코스에 있는 기념품숍에는 티셔츠나 컵, 냉장고용 자석 기념품에도 “If it’s not Boeing, I’m not going(보잉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란 문구가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이 문구는 이렇게 패러디되고 있다고 합니다. “If it’s Boeing, should I be going?(보잉인데, 가야 하나요?)” 보잉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죠.

 

이렇데 된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 9 항공기가 운행 중 덮개가 뜯겨나갔던 사고 이후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훨씬 더 치명적인 사고는 수년 전에 이미 벌어졌죠. 2018년 인도네시아,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기의 연쇄 추락사고로 총 346명 탑승객 전원이 숨졌습니다. 모두 보잉 737 맥스8 기종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황당하게도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란 소프트웨어 오작동이 원인이었죠. 기계 결함도 아니고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수백 명이 죽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는데요.

 

도대체 천하의 보잉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요? 사실 이에 관한 답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 이미 20여 년 전에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보잉 내부 보고서도 있을 정도죠. 그렇게 수많은 내외부의 경고를 무시한 채 여기까지 왔다는 게 오히려 놀라울 따름인데요. 그 비결(?)이 뭘까요?

 

위기의 역사는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보잉은 한때 안전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동시에 엔지니어의 회사였죠. 최고의 항공기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가족 같은 노조원 엔지니어들은 단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경영진이 탐탁지 않게 생각했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1990년대 초반 보잉은 게으른 B(Lazy B)‘라고 불렸을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보잉의 항공기가 품질은 최고이지만 너무 비싼 이유가 노동의 비효율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바로 그 시기 경쟁사인 프랑스 에어버스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보잉의 경영진은 변하기로 결심합니다.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특히 1997년 전투기 명가 미국 항공사 맥더널 더글러스를 인수하면서 합류한 맥더널 더글러스 출신 경영진들이 변화를 주도합니다.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 것이죠. 기술(엔지니어링) 대신 돈(재무)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분야를 아웃소싱했죠. 동체와 날개를 자체생산하던 이전 관행을 깨고 신형 항공기 787 드림라이너 개발할 때부터는 무려 공정의 70%50개 넘는 외주사에 맡겼습니다. 이렇게 해서 개발 기간을 6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개발비용은 10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단축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787 드림라이너는 2011년 첫 인도 직후에도 연료 누출과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등 각종 사고를 일으킵니다.

 

사실 이런 사태를 정확히 10년 전에 예측한 보고서가 있었는데요. 보잉의 유명 엔지니어 존 하트 스미스는 2001년 이 보고서에서 핵심 기술을 아웃소싱하는 건 극도로 위험하고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보잉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파트너사를 인수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부가가치 작업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모든 이익을 아웃소싱하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그의 주장을 무시하고 2005년 항공기 동체 제조사업부를 매각해버리죠. 이 사업주가 바로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입니다. 하지만 보잉의 갑질로 스피릿은 보잉 787용으로 제작한 1200개 전방 동체에서 항공기당 평균 100만 달러 넘는 손실을 입었다(14억 달러)고 공개했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2020년 코로나로 발주가 끊기자 노련한 숙련공을 무려 6800명이나 해고할 수 밖에 없었고요. 그렇게 떠난 노련한 숙련공 중 상당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스피릿의 품질관리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이를 걸러낼 보잉 내부조직도 당장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돈만 쓰는 조직이라며 안전성을 점검하는 인력을 10분의 1 이하로 줄였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가 누적돼 보잉 항공기에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은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보잉이 스피릿을 다시 인수한다고 합니다. 애초에 스피릿을 분사한 것 자체가 어리석었음을 인정한 셈인데요. 무려 19년 만의 대반전이죠.

 

그런데 왜 이제야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에 대해 이브 도즈 인시아드 경영학 교수가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이 눈에 띄는 데요.

 

“돌이켜보면 보잉은 몇 가지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 변화가 얼마나 야심차고 어려운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복잡하고 분산된 공급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하는 품질관리 문제이죠. 보잉 스스로 만든 도전에서 스스로를 구출할 수 있을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입니다.”

 

이를 해석해 보면 보잉은 항공기에 가장 중요한 본질인 안전을 외면하고 이익만 추구하다가 안전과 이익 모두 놓치는 바보같은 짓을 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잘못을 무려 19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는 거죠. 물론 너무 오래 걸렸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제라도 안전의 대명사, ‘보잉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는 명성을 되찾길 바랍니다.

 

문제는 한국 축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축구협회에 대한 문제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2013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취임할 때만해도 제왕적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탈한 성격과 낮은 자세가 그의 특별한 리더십이라고 언론들은 호평했죠. 하지만 이건 언론들에 의해 미화된 이미지. 뜻있는 축구관계자들은 정회장 역시 제왕적인 경영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국가대표 감독은 물론 기술위원장 등 주요 요직에 오르려면 회장 눈에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죠. 특히 히딩크 감독 이후 없어진 줄 알았던 학맥이 다시 부활했고 해외파와 국내파의 갈등도 정 회장 취임 이후 더욱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 회장이 이를 더욱 부추긴다는 의혹도 있고요.

 

보잉 내부 보고서가 위기를 경고한 것처럼 많은 축구인들이 이러다가는 대한민국 축구가 몰락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곧 열릴 예정인 올림픽에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참가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아시안컵의 졸전으로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2년 뒤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도 우리 축구 대표팀을 보지 못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경기를 펼쳐 2위 안에 들어야 월드컵에 나갈 수 있거든요. 실력만 놓고 따지면 당연히 1위로 월드컵에 나갈 것이 확실하지만 홍명보 사태의 여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선수들이 보이콧을 한다면 정말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고요. 물론 3, 4위로 쳐져도 4차 예선을 통해 기회가 주어지긴 하지만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국가대표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죠.

 

문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이란 경고가 끊임없이 나왔는데도 정 회장은 물러날 생각은 물론 자신의 뜻대로 감독을 선임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점인데요. 보잉처럼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축구팬은 물론 온국민이 일어나 차리게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YNdtYJyIRAY?si=QV3UGPuRJaUHa2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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