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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포드가 ‘최고의 비용 감축 조치’라고 평가했던 것은?

경불진 이피디 2024. 3. 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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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임금 인상 최적기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미국에서 벌어졌던 논쟁입니다.

당시 미국 재계는 당연하다는 듯 경제가 어렵다며 임금인상을 자제하려 했지만 미국 의회는 달렸죠. 민주당이 다수였던 미 의회는 코로나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이 생계비까지 부족해 살기 힘들다는 호소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실제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고 이 덕분에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됐는지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죠. 임금을 올리는 것은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고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는데 왜 미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을까요?

 

오늘은 임금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까 합니다.

 

이에 앞서 미국만큼이나 경제가 좋다는 일본 상황도 좀 살펴볼까 하는데요.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기 일보 직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지난 2월 발표된 OECD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일본경제는 1.9% 성장에 소비자물가는 3.1% 상승했습니다. 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0% 성장이 전망되고 있죠. 1990년대 수십년 간 보지 못했던 고무적인 기록입니다. 여기에 니케이 225지수가 지난 64만을 돌파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활황을 맞고 있죠.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기록적인 엔저효과,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역대급 돈풀기 등이 이제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설명도 있죠. 여기에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도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물가로 인해 임금이 정체됐었던 일본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임금을 올리면서 경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재미난 것은 이런 임금인상을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로 일본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겠다고 먼저 나섰는데요. 우리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죠.

아무튼 외신에서 접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지난 1월이었죠.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이 올봄 춘투(매년 봄 사측과 노조의 임금 협상)를 앞두고 대기업이 올해 임금을 4% 이상 올려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물가 상승에 뒤지지 않는 임금 인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며 지난해보다 높은 인상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고 합니다.

 

일본 최대 전국적 노조 단체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올해 춘투에서 기본급 3%를 포함해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검토하고 논의해 달라고 했다는군요. 또 일본 내 일자리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과 관련해 게이단렌은 대기업이 거래처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거래 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조가 요구하기 전에 대기업 주도로 알아서 임금을 많이 올려야 하고 중소기업들도 임금인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단가를 올려주는 것입니다. 정말 놀랍죠.

 

그런데 이미 일본 대기업은 지난해 임금을 대폭 올린 바 있습니다. 지난해 대기업 임금 인상은 평균 3.99%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죠.

 

이것만이 아닙니다. 게이단렌은 또 일본 노동자의 4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에 대해 동일노동·동일임금에 근거해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직무에 따른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노조가 아니라 대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이야기하다니 해가 서쪽에서 떴나고 생각할 정도죠.

https://youtu.be/mqJNR7d9eYA?si=7Tag4Q5RZe26Zyf7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도 매우 이례적인 지침이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본 노조나 정부도 아닌 기업들이 임금인상과 정규직 전환을 주장할까요?

 

역사적 교훈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은 15일을 ‘5달러의 날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5달러일까요?

 

광부들이 일당 2.5달러를 받고 일하던 시대. 철강회사 노동자들의 사정은 더 열악해서, 일당이 겨우 1.75달러였습니다. 그런데 한 기업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일당을 5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415, 미국의 자동차왕헨리 포드는 포드자동차 노동자들의 일당을 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까지 자동차업계 노동자들의 일당은 평균 2.34달러였는데 두배 이상으로 올린 것이죠. 이것만이 아닙니다. 노동시간을 19시간에서 한 시간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한시간 줄었는데 임금은 두배가 오른 셈이죠. 당연히 미국 사회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 경제부장이 놀라서 회사로 뛰어 들어와 (포드)는 미쳤다고 했을 정도였죠. 동종업계 경영진은 포드는 공산주의자라며 씩씩거리게도 했죠.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임금을 인상한 이유가 뭘까요? 자동차왕 포드가 자선사업가였기 때문에? 당연히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철저히 경제적인 선택입니다.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 비용절감.

임금을 올리는 것은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어떻게 절감이라고 했을까요? 당시 포드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직률은 38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시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산라인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새롭게 노동자를 찾고 교육시키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당 5달러로 오르자 이직이 급감을 했죠. 게다가 생산성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졌습니다. 노동자들은 포드 공장에서 일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죠. 덕분에 헨리 포드의 큰 골칫거리이던 이직률과 노동자 교육 비용도 크게 낮아졌죠.

 

헨리 포드는 훗날 일당 5달러는 우리가 고안해낸 최고의 비용 감축 조치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고했을 정도입니다.

 

두 번째. 판매 증진.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자동차는 고가품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감히 자동차를 살 엄두를 내지 못했죠.

 

하지만 임금이 두배가 늘어나니 달라졌습니다. 여유가 생긴 포드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를 사기 시작한 것이죠. 즉 노동자들 주머니에 돈을 더 넣어줌으로써 그들이 소비자가 되게 만든 것입니다.

 

덕분에 포드는 그해 창사이래 최고의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습니다. 프린스턴대학의 앨런 크루거 교수와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드 카드 교수가 함께 내놓은 연구 결과가 대표적인데요. 두 교수는 뉴저지와 펜실베니아 식당에서 최저임금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은 통념에 도전해 새로운 분석과 추가적인 통찰력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실제 당시 연구 결과 뉴저지 식당의 최저 임금이 시간당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상승했음에도 고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ttps://youtu.be/dIRkpeg3LLA?si=zywpKIAqZMgU_588

이 연구 덕분에 카드 교수는 202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죠. 미네소타 연방준비은행의 방문 경제학자인 크리스타 루피니 교수는 미국 전역의 요양원에 대해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최저임금 인상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용 수준에 변화가 없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최저임금이 인상된 요양원의 경우 거주자들의 사망률이 현저하게 하락했다는 사실을 함께 발견한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 최저임금을 10% 올리면 매년 요양원 사망자가 15000, 3% 줄어들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죠.

 

아마존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대폭 인상한 사례에 대해서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분석 결과가 눈길을 끕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기존 직원들이 평균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되면 이런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또한 이직율을 낮추고 더 좋은 직원을 뽑을 수 있어 기업의 비용이 절감되는 것도 생산성 향상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경제학자들은 '효율 임금(efficiency wage)'이란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시장균형 임금이나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생산성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죠. 즉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 이직률이 낮아지고, 노동 열의가 높아지며, 우수한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바로 100년 전 헨리포드가 했던 것처럼 말이죠.

 

여기서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헨리포드가 임금을 두배 올린 시기와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올린 시기, 일본에서 기업들이 임금인상에 나선 시기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경기침체기였다는 거죠. 세계 1차 대전이 바로 전인 1918년까지 이어지면서 전세계 경제가 그야말로 아작났죠. 유럽에 군수물자를 열심히 공급하던 미국도 전쟁이 끝나자 수요가 사라지면서 침체에 빠져듭니다.

미국이 최저임금을 올린 시기도 코로나 불황이 한창이던 때였고 일본도 30년 장기 불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시기죠. 그런데 이런 어려운 때에 임금 인상에 나섰고 1919년과 2020년 미국은 불황에서 벗어났죠.

 

이를 근거로 파이낸셜타임스(FT)의 미국기업 담당 편집장인 앤드류 엣지클리프-존슨은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가 임금인상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2020년에 쓴 사설에서 헨리 포드의 전략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임금을 인상하면 임직원의 이직률이 낮아지고 업무 효율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소비지출 능력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당시 추세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대형 보험업체 애트나가 최저 급료를 받는 노동자가 자신이 파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임금을 인상한 것이나, 페이팔이 신입직원 3분의 2가 받은 급료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임금과 복지혜택은 올리기로 결정한 사례를 들기도 했죠.

 

존슨 편집장은 대유행병이 기업의 수익을 망가뜨리고 있는 지금이 임금을 올리기 위해 이상적인 시기라며 코로나19 이후를 계획할 수 있을 정도의 기업이라면, 이번 위기는 자기 사업모델의 노동 비용에 대해 재검토할 긴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https://youtu.be/6Ba89SUGoXc?si=4j8HQJ5tfqUP3Gzu

이를 2024년 일본의 대기업들이 실천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 덕분에 30년 장기 불황 탈출 기회도 잡았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비교와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임금인상을 자제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02년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던 우리나라 직장인의 월급이 20년 사이 일본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게 기업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거죠. 대기업의 누적된 높은 임금인상으로 초래된 임금격차와 이에 따른 이중구조 심화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게 말인가요? 막걸리인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정말 걱정된다면 일본의 게이단렌처럼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대기업이 거래 단가를 올리도록 독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저시급으로 사과 한알도 못 살 정도로 물가가 올라 고통스러운데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효율임금을 올려 숨통을 트이도록 유도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100년 전 포드의 성공사례는 물론 코로나 당시 미국의 사례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왜 외면하는 것일까요? 정말 이대로 뒀다가는 우리 경제가 정말 대공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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