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미는 ‘CF100’···미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떤가, 모를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난 알고 넌 모른다’ 이런 차이로 접근하고 그럴 문제가 아니다. 사실 (RE100) 이건 별 것 아닌 얘기잖나.”

 

도대체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일개 유튜버나 블로거가 남긴 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정을 이끌고 있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RE100) 그 문제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정답으로 공인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완전히 재생에너지 100%로만 가면 과연 우리사회가 장기적·중기적 운영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기후위기 문제는) 지금 우리의 관점처럼 탄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정부에서 밀고 있는 CF100(무탄소 100%. 원전도 포함)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인듯합니다. 특히 지난 대선 TV토론 당시 이재명 후보가 물었던 RE100에 대해 윤석열 후보가 ‘그게(RE100) 뭐죠?“라며 대답을 못했잖아요. 당시에도 국민의힘에서도 장학퀴즈도 아니고 모를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이를 한동훈 위원장이 이를 다시 끄집어 낸 것입니다. 혹시 한방 메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정치적 논쟁은 입만 아프니 그만 하고 정말 이걸 몰라도 되는지 경제적인 면에서 따져볼까 합니다. 정말 RE100을 무시하고 CF100만 고집해도 될까요?

 

일단 다들 아시겠지만 RE100과 CF100의 차이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입니다. 2014년 뉴욕기후주간을 맞아 국제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국제적 캠페인이죠. 205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목표인데요. 애플, MS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의 평균 달성 목표 연도는 2030년입니다. 이미 국제 표준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거죠.

반면 CF100은 전체 사용전력을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인데요. 바로 현 정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보다 현실적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합니다.

 

그럼 기회위기와 관련된 두 개의 기준이 있다는 건데요. 현재 어떤 상황일까요? 과연 CF100이 RE100을 대체할 수준에 올랐을까요?

 

일단 국내에서 현정부가 밀고 있으니 CF100으로 검색하면 상당한 기사가 쏟아집니다. 그럼 해외에서도 CF100에 대한 관심이 높을까요?

 

이를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곳이 있죠. 바로 검색.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되는 구글말고 미국 현지 구글에 접속해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는데요. 참고로 국내에서 구글 등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한국 구글 사이트가 나오는데요. 미국이나 영국, 호주, 일본 현지 구글에 접속하려면 주소를 달리 써야 합니다. 관련 내용은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미국 구글 접속하기 등으로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으니까 넘어가고요.

미국 구글에서 예를들어 우리의 자랑 ‘kimchi’나 ‘kimbap’을 검색하면 김치와 김밥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살 수 있는 쇼핑몰, 만드는 방법 뿐만 아니라 ‘People also ask’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검색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다는 이야기죠.

 

그럼 ‘RE100’을 검색하면 어떨까요? 가장 먼저 ‘RE100’ 관련 페이지가 나옵니다. 회원, 회사소개, 정책참여 등에 대한 페이지 링크도 있습니다.

 

RE100이 무엇인지? RE100기업은 몇 개인지? 등 네티즌들이 많이 묻는 질문들도 보여주고요. 김치나 김밥처럼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RE100을 검색했기 때문이죠. 이미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미국 구글에서 ‘CF100’을 검색하면 뭘 보여줄까요? 황당하게도 가장 먼저 캐나다가 만든 전투기가 나옵니다. Avro라는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가 만든 쌍발 제트 요격기, 전투기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물은 질문도 CF100은 좋은 비행기냐 등 비행기 관련 질문만 있습니다. 혹시 현정부가 밀고 있는 무탄소 100%인 CF100은 없을까요?

 

‘More results’를 5번이나 누른 후에야 ‘한국, 삼성전자와 CF100 추진’ ‘RE100 대 CF100’이라고 뜨네요. 정말 기가 막히죠. 이처럼 현정부는 열심히 CF100을 홍보하지만 미국 구글도 CF100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난 사실이 있습니다.

현정부는 CF100을 주창하면서 구글이 주도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구글 검색에서는 캐나다 전투기만 나오고 기가 막히죠.

 

이런 사실은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CF100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조차 외면하고 있거든요. 이 때문일까요? 현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전 세계 70여 기업이 CF100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시점이 2022년 9월 기준.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습니다.

 

참고로 RE100은 2월 28일 현재 428개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비교가 불가능하죠.

 

이 때일까요?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조천호 박사는 28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까지 가서 CF100(무탄소 100%, 원전도 포함)을 외치고 다니는데, CF100은 몰라도 된다”며 “국제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서조차 호응도가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호응도가 아닙니다.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시작한 RE100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게는 보호무역을 할 수 있는 좋은 무기로 변하고 있다는 거죠. RE100 달성하지 못하면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거죠. WTO, FTA를 맺은 국가라도 기후위기를 핑계삼아 수입을 제한한다는 거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히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한창인 미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넓은 영토에서 나오는 태양광과 수력 등으로 RE100을 이미 달성했거든요. 그러니 미국에 물건 팔고 싶으면 RE100부터 맞추라고 강요합니다. 중국은 물론 한국이 저가 공세로 힘들다는 미국 기업들의 하소연을 들은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죠. RE100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태양광 등을 설치해야 하는 등 비용이 올라가고 가격경쟁력을 떨어질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이런 주장을 경불진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조선일보가 1년 반 전인 2022년 6월 9일자 ‘반도체 새 무역장벽 ‘RE100’… 이대로면 수출 30% 줄어든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글로벌 투자사와 참여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제품 공급 관계를 지속하고 싶으면 반드시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이 2040년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수출이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한국에 RE100이 ‘큰 숙제’가 된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보고서에는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15%, 디스플레이 패널 40%나 수출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에서 반도체와 자동차는 각각 15% 디스플레이 패널은 3%정도 차지하는데요. 이들 수출이 이렇게 감소한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견뎌낼 수 있을까요? 게다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패널 모두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큽니다. 자칫 해당 산업의 붕괴를 넘어 한국경제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보수에서 이 기사는 보지 않았나요? 관련보고서도 검토하지 않았나요?

 

정말인 듯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만들어진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보면 늘려도 시원치 않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을 오히려 줄이고 있죠. 올해는 기존 17%에서 13.5%, 내년에는 기존 20.5%에서 14%로. 아예 RE100은 포기하자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서 수출도 망쳐놓자는 거고요.

 

게다가 R&D예산을 대폭 깎아 비난받으면서도 원전 R&D 예산은 4조원 이상 투입한다고 현정부는 강조합니다. 수출 포기하고 원전만 바라보고 살겠다는 건지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발 지금이라도 미국 구글에서 ‘CF100’ 검색해보고 정신 차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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