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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뒤흔드는 PF위기···미국에는 없는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3. 12. 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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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발 위기.

최근 우리 언론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와 함께 똑똑한 한 채를 그렇게 외쳤던 언론들도 이미 돌아섰죠. 부동산PF 위기설을 전하며 정부를 향해 이대로 나둘 것이냐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13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PF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악다구니까지 쓰고 있죠. 자신들의 사주이자 광고주인 건설업체들을 살려내라는 것입니다.

 

특히 둔촌주공 실거주 의무 폐지가 물 건너가자 국회를 향해서도 난리를 칩니다. 정부의 실거주 폐지 의무 약속을 믿고 청약을 넣었던 선량한(?) 국민들을 외면할 것이냐면서요. 그런데 이전 방송에서도 이야기했듯 살지도 않을 집을 사는 것이 정말 선량한 국민이 할 행동일까요? 물론 예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매우 드물고 실거주의무 폐지 불발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무리 좋게 봐도 투기꾼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을 다 떠나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왜 한국에서만 유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일까요?”

 

부동산PF (Project Financing)는 기업의 신용과 담보에 기초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존의 기업금융과 달리,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입니다. 말 그대로 금융회사는 프로젝트(사업)의 수익성과 미래 현금흐름을 따져보고 대출자금을 제공하죠.

 

집값이 상승곡선을 그리던 2~3년 전만 해도 금융권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고금리로 대출해주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습니다. 연말 임직원들이 막대한 상여금을 받는다는 소식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PF연체율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나서서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만기도 연장해줬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위험신호는 꺼지지 않고 있죠. 무려 13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PF가 문제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https://youtu.be/uyraIVs9HUY?si=rfnNausjh57l0hbO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에도 부동산 PF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신 등을 찾아보면 부동산 PF 관련 뉴스는 거의 없거든요. 그 이유가 뭘까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부동산 PF에 대해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부동산 개발 과정부터 알아봐야 하는데요. 예를들어 A땅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A땅을 매입해야 겠죠. 그러면서 인허가도 봤죠. 이 과정을 끝내야 시공 및 분양 단계에 들어갑니다. 이후 공사가 끝나면 준공 허가를 받고 입주를 시작하게 되죠. 크게 이렇게 3단계를 거쳐 아파트가 지어지는 거죠.

 

그럼 이런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는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부동산 개발업자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건축물의 연면적 2000제곱미터 또는 연간 5000제곱미터 이상이거나 토지의 면적이 3000제곱미터 또는 연간 1만제곱미터 규모 이상의 부동산개발의 경우 자본금(법인 3억원·개인 6억원)을 갖추면 부동산개발업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죠. 아파트 한 채 가격도 되지 않으니까요.

 

그럼 이렇게 등록된 업체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요? 2022년 말 기준 무려 2715. 엄청나죠. 그런데 업계에서는 미등록개발업체까지 포함하면 6만 여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 등록해서 개발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업체가 엄청나다는 거죠. 괜히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기획과 개발에서부터 시공과 준공까지 공사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행사가 되는 것입니다. 시공사는 이런 시행사로부터 발주 받아 건설을 하는 업체죠.

https://youtu.be/kzDl0k68ilc?si=G_KfrOXaa0Ck3ZAo

그럼 부동산을 개발할 만한 땅을 발견하면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자기 돈으로 땅을 매입할까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자기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파트를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행사가 투자하는 돈은 너무나 적습니다.

 

보통 총사업자금의 5%에서 10% 수준만 부담합니다. 그럼 나머지 돈은 어떻게 될까요? 바로 금융회사에서 빌리는 거죠. 예를 들어 토지 매입에 100억 원이 필요하다면 자기 돈은 10억 그리고 나머지는 90억원은 금융권 대출이라는 말입니다. 금융권도 토지라는 담보가 있는데다 개발만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돈을 선뜻 빌려주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갭투기와 비슷하죠.

 

아무튼 이때 금융기관이 빌려주는 돈은 매입·인허가 과정과 시공 및 분양 단계를 이어준다는 의미에서 바로 브릿지론이라고 불립니다. 따라서 브릿지론도 크게 보면 PF의 한종류입니다.

 

다만 아직 아파트가 지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사업이 엎어질 위험도 있죠. 그렇게 되면 브릿지론을 갚을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비싼데요. 얼마나 될까요? 2021년 연 8~9%였습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지난해 20%까지 올랐습니다.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

 

그런데 이렇게 높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브리지론 단계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는 주로 저축은행·증권사·캐피탈 등 제2금융권입니다. 1금융권이 위험성 때문에 거의 브릿지론은 손대지 않습니다. 그러니 만기는 짧고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죠.

 

아무튼 부동산 개발에 나선 시행사가 브릿지론으로 땅을 사서 인허가까지 받으면 시공 및 분양 단계에 들어가게 되죠. 이제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담보도 확실해 지겠죠. 따라서 제1금융권에서 빌려 금리를 낮추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이 때 금리가 조금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본PF라고 합니다. PF 금리는 올해 초만해도 5%. 그런데 최근 10%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죠.

 

아무튼 시행사는 본PF를 받으면 6개월에서 1년 만기로 빌렸던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초기 공사대금을 씁니다. 이 때 시행사는 대체로 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건설사(시공사)가 브리지론과 본PF에 대해 여러가지 형태의 보증을 서기도 하죠. 건설사가 직접 시행 주체가 돼 PF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융사들도 부동산 개발 사업성보다는 건설사의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죠.

 

아무튼 이후 분양에 나서 계약금 중도금 등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고 이후 준공허가를 받으면 입주가 시작되고 그러면 시행사가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되죠. 자기돈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말입니다. 물론 사업이 엎어지면 큰 손해를 볼 수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크게 토지매입 및 인허가, 시공 및 분양, 준공 및 입주 등 세 단계를 거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크게 두가지 있습니다.

https://youtu.be/kYujn5Ep3oI?si=jLNfE2whxpvkSNCM

 

첫째. 남의돈이냐 내돈이냐. 미국은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하는 비용은 자신의 돈이든 투자자들의 투자 등으로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그 돈으로 토지 매입 자금을 모두 상환해야 다음 단계 즉, 시공 및 분양에서 대출을 내주죠. 이는 후분양이 일반적이기 때문일 듯합니다.

 

앞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본PF 대출로 브릿지론을 갚고 공사비 일부를 조달하고 나머지는 분양할 때 받은 계약금이나 중도금으로 치루잖아요. 하지만 후분양일 경우에는 공사비가 부족할 수 있겠죠. 그래서 토지를 다 매입하고 대출금을 공사할 때만 쓰라고 강제한 것입니다.

 

혹시 선분양할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때도 다릅니다. 선분양 할 때도 계약금이나 중도금은 순수하게 공사비로만 쓰이도록 강제돼 있습니다. 즉 계약금 등이 사업비 대출을 갚는데 쓰이는 돌려막기를 막아버린 것이죠.

 

두 번째. 계란이 담긴 바구니의 수.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미국 등의 부동산 PF과정을 보면 너무나 차이 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는 시행사가 브릿지론을 빌리고 토지매입과 허가를 받은 뒤 본PF를 빌려 브릿지론을 갚고 남은 돈으로 공사를 시작하고 부족한 공사비는 수분양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채우죠. 부동산 경기가 좋아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에 하나만 비끗하면 어떻게 될까요? 만일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줄줄이 사탕처럼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대출기관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요즘 언론에서도 지적하듯이 PF부실로 인해 새마을 금고, 증권사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제2 금융기관의 연쇄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것이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단계를 끊어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가 생겨도 한쪽에서만 터지고 다른 쪽을 번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항변도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대단지의 주거용 부동산개발이 많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수분양자의 자금까지 동원해 사업비를 조달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게다가 사모펀드, 개인투자조합, 연기금, 리츠(REITs) 등의 부동산 투자가 활발하고, 자본력이 충분한 시행사와 함께 유한책임회사(LLC),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을 설립하여 초기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시장이 발달되어 있다는 점도 차이납니다. 따라서 미국은 다양한 초기 투자자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죠.

 

반면 우리나라는 시행사가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행사의 적은 자본금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분양자와 시공사 등이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미국의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개발 등에서도 수분양자의 자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PF 구조의 문제는 개발 규모 대비 금융시장의 자금 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대규모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다양한 투자자나 기관의 부족 문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 대규모 주거용 부동산개발은 보통 착공 직후 선분양이 이뤄지는데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대출의 상당 부분이 사업비로 사용됩니다. 이 때문에 수분양자는 토지 및 건물의 담보권에 있어 대주단과 우선순위가 비슷하게 되죠.

 

따라서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으로 인해 대주단은 유사시 보증기관에 담보물의 소유권을 이전해야하는 등 온전한 담보권 확보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개발에 투자자를 모집하기 힘들다고도 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시행사의 규모도 너무 작은 문제도 있고요. 투자자가 적다보니 수분양자 자금까지 써야하고 그러다보니 투자자모집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이런 문제까지 불거집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주택가격 상승 기간에 수분양자가 분양권 취득을 통해 이익을 얻어왔기 때문에 분양권을 취득할 경우 가격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수분양자가 줄어들어 사업비 조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미분양 비율이 너무 높은 경우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합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말이죠. 즉 자기나 투자자돈이 아니라 대출과 분양 계약금으로 공사를 하다보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https://youtu.be/wgwqGMT4APk?si=vqPKfGqspUewCuXe

반면 미국의 경우는 부동산 경기가 꺾이더라도 진행되는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PF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부동산개발의 초기자본을 투자할 투자자들도 키워야죠. 그래서 미국처럼 초기 자기자본으로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공사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관행을 모두 바꿔야 합니다. 제도도 싹 뜯어고치고요. 특히 수분양자들이 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브릿지론을 갚는 등 사업비에 쓰는 것도 법으로 막아야 합니다. 또 후분양제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그래야 갭투기와 같은 부동산 개발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꾸면 부동산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난리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멀쩡한 아파트를 개발목적으로 다시 짓는 등의 불합리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아파트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남의 돈으로 돈 놀이 하는 것같은 부동산PF와는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입니다.

https://youtu.be/wgwqGMT4APk?si=vqPKfGqspUewCu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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