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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 역대급 호황인데 일본 국민들이 ‘울쌍’인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3. 12. 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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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음에는 안들지만 일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 일학개미등 일본에 투자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일본 증시가 역대급 활황이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렇게 투자하는데 위험성은 없을까요? 또 우리나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지난 2분기까지 일본 경제는 유래없는 호황이라고 합니다. 올들어 1분기 3.7%, 2분기 4.5%. 지난 3분기 2.1%로 추락했지만 그래도 올해 1.8% 성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만일 이 예측이 맞다면 외환위기이후 25년 만에 역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뒤진다는 것입니다.

 

잠시 역사를 살펴보면 일본이 고도성장을 누리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발판을 닦은 1956~72년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8.5%나 됐습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일본 경제를 이끌 산업과 대기업군이 형성됐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통해 68년엔 이미 미국 달러 기준 국민총생산(GNP)이 미국 소련에 이어 세계 3위로 약진했죠.

 

한국도 일본을 열심히 쫓아갔습니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면서 639.0%의 성장률을 시작으로 본격 고도성장이 이어졌습니다. 실적을 보면 15개년 계획 기간 중 연평균 8.5%, 2차 기간 중 10.5%, 3차 기간(72~76) 11% 성장하는 등 한강의 기적으로 불렸죠, 특히 우리나라 성장세는 일본보다 가팔라 70년대 이래 지난해까지 50여 년 동안 80(-1.6%)98(-5.1%)을 제외하곤 줄곧 일본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왔습니다.

 

상대적 고성장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는 점차 일본과 격차를 줄여갔죠. 특히 90년대 초 이래 일본이 장기 저성장이 이어진 잃어버린 30을 겪으면서 우리의 조선 반도체 철강 등 일부 중후장대 산업들이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1인당 GDP와 구매력 평가 환율(PPP) 기준 1인당 국민소득도 일본과 엇비슷하거나 추월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지난해 한 미국 민간조사기구의 세계 국력 평가순위에선 6위로 매겨져 8위인 일본을 앞지르기도 했죠. 하지만 IMF 이후 또다시 일본에 역전되는 수모를 당하게 된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 투자하겠다는 일학개미도 생겨났고요.

 

https://youtu.be/56KrXwlIBFw?si=h9gw5YvcKohMOtHf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정작 일본에서는 이같은 경제성장률 선방이 반갑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본 기업은 호황인데 국민들은 불황이기 때문인데요. 아마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 일본을 두고 이런 말이 많았는데요. 이젠 나라가 아니라 기업은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일본은 30년 불황에 빠진 경제를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특히 아베시절 아베노믹스라면서 3개의 화살을 쐈잖아요. 대규모 재정지출과 완화적 금융정책,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성장 전략인데요. 특히 대규모 재정지출의 가장 큰 목적은 국민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 수출 기업 때문입니다. 엔화가치를 끌어내려 수출 기업들의 이익을 늘리고 주가를 끌어 올리려고 한 것입니다. 이 세가지 화살은 현재 기시다 내각에서도 여전히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대급 엔저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일본 기업 1020곳의 평균 순이익이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1020(모회사, 자회사 모두 상장했을 경우 자회사는 제외)의 합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434397억 엔, 영업이익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6%로 예상했습니다. 이 역시 엔화 약세 덕분입니다.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자동차의 실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도요타의 2분기(7~9) 매출은 114400억 엔, 영업이익은 14400억 엔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고, 영업이익은 155% 급증했습니다.

 

덕분에 일본 증시는 날아오르고 있는데요. 지난 1120일 닛케이225 지수는 33853.46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수치는 19903월 이후 33년 만의 최고치. 로이터통신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 상승세로 닛케이지수가 20246월 말에 35000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uvY-nDPsjpQ?si=XvPHJnhwZ0lJAraz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따져볼 것이 있습니다. 이같은 역대급 성적이 과연 일본 기업들의 실력 덕분이었냐 하는 점이죠. 현재의 성적은 예를들어 부모님 월급을 뛰어넘는 능력 밖의 고액 과외를 받은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과외로 당장의 시험 성적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죠. 만일 집안이 어려워져 과외를 못받게 되면 성적은 바로 떨어질 수 있잖아요.

 

일본 기업과 증시 성적이 바로 이렇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생산성을 올리고 혁신을 한 덕분이라기보다 엔저 효과 때문이기 때문이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케이지수를 구성하는 255개 종목 중 영업이익 중 환율 영향을 공개한 77개사의 2023년 회계연도 상반기(4~9)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이 기간 77개사의 '실적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지만, 실제 이익은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율 효과에 따른 이익(8,129억 엔·71,039억 원)도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많은 이익을 올린 기업은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기계, 전기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곳들이었습니다. 도요타자동차의 환차익은 상장사 중 가장 많은 2,600억 엔(22,725억 원)에 달했고, 스바루도 이익 증가액의 80%가량인 600억 엔(5,245억 원)이 엔저 덕이었습니다. 반면 내수 기업인 니토리홀딩스는 엔화 약세로 수입 자재 가격이 급등해 채산성이 악화했죠.

 

엔저 영향이건 뭐건 일본 기업들이 실적을 많이 올린다는 것은 일본에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익이 일본 기업의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진다면, 높은 물가로 위축된 민간 소비 회복에도 보탬이 될 수 있죠. 하지만 그러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https://youtu.be/IIXJbIDNVcg?si=CNRmb4XxJTsE4XPI

일본 기업들 상당수가 대부분의 이익을 해외 사업장에서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벌었으니 역대급 약세인 엔화로 환산하면 더 많이 번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그러거나 말거나 해외에서 많이 벌어 일본으로 돈을 송금한다면 일본 경제에는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입니다. 자동차 등 일본 대부분의 수출 기업은 해외에서 번 돈을 애플이나 구글처럼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에 공장을 증설하거나 사업장을 늘리는 식으로 투자한다는 거죠. 이에 따라 일본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빠나 엄마가 억대 연봉을 벌지만 그 돈을 다 자기계발한다고 학비로 쓰고 자동차나 명품으로 써버리면 정작 가계 경제에는 도움이 안되잖아요. 바로 일본 경제가 이런 꼴이라는 거죠. 이 때문에 일본 경제성장률은 올라가지만 국민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죠.

 

체감 못하는 것이 아니라 더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일본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물가에 익숙했던 일본인들이 물가 상승에 멀미를 앓을 지경이거든요. 역대급 엔저로 수입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인데요.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가 전년 동기대비 2.9% 상승했습니다. 일본의 CPI 상승률은 지난 53.2%에서 63.3%로 오른뒤, 92.8%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폭이 확대됐습니다.

https://youtu.be/fokqpdpnR4c?si=6XSRIYjmLZWURmW3

이로써 일본 소비자 물가는 26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지난 해 4월부터 19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 상승률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지원하던 전기·가스 요금 보조가 절반으로 줄면서 에너지 가격 부담이 늘었고, 식료품 가격과 숙박료 인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종합지수는 3.3% 상승했는데, 토마토 가격이 41.3%, 사과가격이 29.4% 각각 올랐죠.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료품 가격은 7.6% 올랐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숙박료는 42.6%나 급등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관광진흥책인 전국여행지원이 종료되고 있는 것도 숙박료 인상에 일조했죠. 역대급 엔저로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마저 일본인들이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문제는 일본의 소비자 물가가 당국의 목표치를 넘게 상승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률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후생성이 발표한 ‘9월 근로통계조사에서 5인 이상 사업체의 노동자 1인당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하며 18개월 연속 뒷걸음질쳤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줄고 그야말로 일본 국민들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따라 2인 이상 가구의 8월 실질 소비 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2(1.6% 증가)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모두 마이너스’. 지난 7월엔 감소 폭이 5%에 달했습니다.

 

이러자 내수위주의 일본 중소기업들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일본의 3대 파친코 기업 중 하나로 불렸던 가이아 그룹이 도산했습니다. 제국데이터뱅크 통계에 따르면 올해 2/4분기(4~6)의 일본기업 도산 건수가 3년 만에 2000건 이상(2086)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상반기 도산 건수는 4006건으로 2018년의 4029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20년 상반기 3943건보다 더 많습니다.

https://youtu.be/I1Ux3WKcmh8?si=ROtlLSV0k5wG5lzT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당시 실시된 일명 '제로제로 융자' 때문이라는데요. 무이자, 무담보의 ''를 딴 이 제도 때문에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고 2~3년 후인 지금, 그때 차입한 돈을 갚지 못해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21~25%에 그칩니다. 경제가 활황이라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이 수출 기업만 환호성을 지를 뿐 서민들은 얇아진 지갑에 한숨 짓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도산 두려움에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본에 과연 투자해도 될까요? 펀더멘탈이 바뀌지 않은 일본이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요? 정부와 기업만 호황이고 국민들이 불행한 나라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한가지 더.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의 현실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요? 이미 우리나라 기업, 정부, 국민들에게 일본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안타까운데요.

 

가장 두려움 것은 바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쿄 올림픽 당시 일본이 아직도 팩스를 쓰고 도장 문화에 익숙하다는 사실이 전세계적으로 화제였는데요. 변화를 싫어하다 갈라파고스처럼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점점 보이고 있습니다. 복지부동.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특히 공무원들이 그런데요. 정권이 바뀌면 이러한 도전이 감사의 대상이 돼 정치적으로 공격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모험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등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정부 지원을 요청하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가져오라고 한다잖아요. 사례가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건데요. 새로운 것을 처음 시도하려고 하면 전례가 없기 때문에 지원 등을 거부한다고 합니다.

 

현정부가 R&D 예산을 깎으면서 해외 기관과 연계 연구에는 지원을 늘렸잖아요. 새로운 것 하지 말고 외국 것 쫓아하라고 떠미는 것입니다. 그러니 퍼스트 무버가 되지 못하고 패스트 팔로워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공무원 뿐만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게 되고요. 점점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혁신은 자취를 감추고요.

 

자칫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30년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 일본은 30여년간 양적 완화, 제로금리 등 수많은 극약처방을 동원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특히 R&D투자를 외면한 채 당장 GDP를 회복할 수 있는 부동산 올인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엔저와 같은 환율 정책은 수출기업만 살찌우고 국민들과 중소기업은 가난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일본과 반대로 가야 합니다. 금리인상으로 좀비기업은 퇴출시키면서 알짜 중소기업과 서민들에 대한 재정 지원은 과감히 늘려야 합니다. IMF 위기를 초고속통신 등 IT혁신으로 이겨낸 김대중 대통령처럼 과감한 R&D투자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거죠. 더 나아가 우리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기보다는 국내로 복귀할 수 있는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의 해외 공장을 한국으로 이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양질의 일자리도 늘고 소비도 증가하고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일본의 실패사례가 있잖아요. 이를 보고 더더욱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걱정인 것은 현정부는 일본을 쫓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기 보다는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에는 노년층 등을 위한 저질의 일자리만 만들어내고 있고요. 우리나라가 일본의 나쁜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https://youtu.be/I1Ux3WKcmh8?si=ROtlLSV0k5wG5l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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