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김포구’면 집값 오른다?···‘말따행따’인 두가지 이유

 

‘서울시 김포구’

어제 인터넷 포털 상단을 뒤덮은 키워드입니다.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꺼내들었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죠. 구리, 광명, 고양, 하남까지도 서울시에 편입해 ‘서울 메가시티’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물론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 남부보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경기 북부를 특별자치도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김포는 위치상 한강 때문에 경기 북부와도 떨어져 있고 남쪽으론 인천과 서울 강서구에 가로막혀 있으니 국민의힘이 서울시에 편입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특히 생활권이 이미 서울에 편입돼 있고 극심한 교통난 해소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이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요.

 

하지만 쉽지 않죠. 주민투표와 법률 제정 등의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진짜 이유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이후 총선 전망이 밝지 않아 내놓은 비장의 카드라는 해석인데요. 하지만 경제방송이니만큼 이런 정치적 해석보다는 경제적 파장을 살펴볼까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떠오르는 신조어가 있죠. ‘말따행따’.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인데요.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국민의힘이 서울시 김포구를 추진하는 경제적 이유로 가장 먼저 거론하는 것은 교통난 해결입니다. 명실상부 경기도인 김포 시내에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을 연결하는 ‘김포골드라인’. 이 라인의 별명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바로 ‘골병라인’. 출퇴근길 지옥철의 대명사로 불리는 노선이죠.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다 보니 승객 호흡 곤란이 벌어지는 일도 흔하죠.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김포골드라인을 계획하던 10년 전만 해도 김포시 인구는 30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신도시 건설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지난 달 기준 50만 명에 육박하는데요.

 

상당수가 서울로 통학과 출퇴근을 하는 ‘서울 생활권’이다보니 김포골드라인 수요 또한 폭증하면서 매일 악재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경기가 아닌 서울로 들어가겠다는 게 김포시의 주장이라고 국민의힘은 강조합니다.

 

문제는 서울시로 편입되면 지옥철문제가 바로 해결될까요?

 

지난달 23일 찬물을 끼얹는 기사가 있습니다.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직영화 대신 5년 더 민간위탁’이란 제목의 기사인데요. 김포시의회가 최근 본회의를 열고 시가 제출한 김포골드라인 민간위탁 차기운영자 선정 동의안을 가결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때 추진했던 직영화 운영 방안은 향후 5년 안에는 실현될 수 없게 됐습니다. 정말 지옥철에서 시민들을 해방시켜주려면 직영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돈만 벌면 되면 민간이 운영하니 5년 동안은 지옥철을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거죠.

 

도대체 이런 안을 누가 추진하고 통과시켰을까요? 놀랍게도 국민의힘입니다. 그동안 민간 위탁 연장 계획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2차례나 부결됐습니다. 7대7로 여야 동수였거든요. 그러나 지난달 민주당 시의원 1명이 안타깝게 숨지면서 시의회 여야 비율에 변화가 생겼죠. 결국 가결됐습니다.

 

더 나아가 김포도시철도공단을 설립 안건도 국민의힘 소속인 김병수 시장이 주도하는 심의위원회에서 이미 부결시켰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정말 황당합니다. 김포시민들이 원하는 서울5호선, 인천2호선 김포연장선, 서부권광역급행철도가 개통하면 김포골드라인의 이용 수요와 운임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거죠. 김포시민들의 불편보다 민간업자의 수익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들은 도대체 김포시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번에 민간위탁을 연장했다, 이것은 서울 5호선 연장 등도 물 건너 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https://youtu.be/fokqpdpnR4c?si=1veKB1FYimuHV4Yq

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지 않을까요? 서울시는 수도권 대중교통 편의를 위한 출근버스인 서울동행버스 김포 노선을 지난 8월부터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골병라인이 사라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내년부터 김포 등지에서 서울 잠실 부근까지 한강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수상버스인 리버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걸로 해결 가능할까요?

 

지하철 5호선 연장이 가장 급선무인데 이에 대한 계획은 아직 감감 무소식입니다. 당초 8월 발표 예정이었지만 두달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특히 5호선 김포 연장은 2018년 서울시의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에서 경제성이 기준치 ‘1’에 못미친 ‘0.8’에 그쳤습니다. 그러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예타면제를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부의 예산낭비가 심했다면서 예타 면제 남발을 막기 위해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거든요. 지하철 5호선 연장은 면제 요건에 해당하나요?

 

서울시 김포구가 말따행따인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부동산입니다. 현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강조해 욌습니다.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는 말도 했고요. 그런데 말따행따라는 말이 나오고 있죠. 금리인상 등의 충격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각종 규제를 풀기 시작했죠. 특히 저금리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라고 하죠. 서울과 경기에만 매물이 25만 건이상 쌓였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그러자 또다시 서울시 김포구를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https://youtu.be/jEql0qv0P4c?si=tF8Bf_94XHQJGsD3

서울 편입이 공식 추진되면 관련 지역은 집값 상승의 호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거든요. 일각에서는 서울 송파·성남·하남 등에 걸친 위례신도시의 경우 비슷한 조건에도 속한 권역에 따라 집값이 1억∼2억원씩 차이가 나는 등 서울시 편입 여부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에 유명 자사고에도 지원할 수 있는 등 교육환경도 좋아지기 때문에 집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부추깁니다. 만약 이말이 사실이라면 왜 김포만 서울에 편입하나요? 구리, 광명, 안양, 고양, 아니 대한민국 전체를 서울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이 때문에 서울 편입론으로 김포 등 경기권의 집값을 띄워 표를 얻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죠. 만일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말따행따의 전형 아닌가요?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해온 지역균형발전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문제는 서울시 김포구가 그냥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행정구역을 변경하려면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당장 김포 주민 커뮤니티에선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포 지역 ‘맘카페’ 등에선 서울시가 김포시를 편입하는 대신 쓰레기 매립지 등 혐오 시설을 김포시 외곽에 설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만일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선다면 김포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자칫 되로 주고 말로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https://youtu.be/I1Ux3WKcmh8?si=CVu7O0acD_mQ62_m

전문가들은 서울시 김포구의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거든요.

 

행정구역 개편을 위해서는 지방의회 의결이나 주민투표가 필요한데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위한 주민 투표를 정부에 요청한 상태인데 비용이 600억 원 가량 들고 경기북부만 진행해도 200억 원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주민 투표보다는 지방의회의 의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경기도의회가 반대하면 법률 제정 등 다음 단계로 나갈 명분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우선돼야 하는 전제 조건도 있어야 합니다. 김포시는 경기북도특별법 심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때 서울시로 편입시키는 특별 법안을 준비하고 병합 심사를 요구한다는 계획인데요. 여야 지역구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지방의회 의결 등을 거친다고 해도 법률 제정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야 말로 산넘어 산인 셈입니다.

 

이런 사실을 김포시민들이 모를 리 있을까요? 총선에 과연 도움이 될까요?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주민갈등만 부추기는 설익은 정책은 이젠 그만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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