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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아니라는 정부···‘Y2K버그 사태’에서 배워라

경불진 이피디 2023. 9. 1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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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효과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타조는 날지 못하는 새잖아요. 하지만 가장 빨리 달릴 수 있죠. 무려 시속 65km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타조효과는 이런 빠른 속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요.

 

동물의 왕국이나 퀴즈탐험 동물의 세계같은 TV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분들은 아마 아실 것입니다. 사자 같은 맹수와 마주치면 타조는 빠른 발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모래에 머리를 파묻고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죠. 이 행동을 보고 사람들은 타조의 멍청함을 비웃곤 합니다. 눈만 감으면 위험이 보이지 않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물론 이 행동은 사실 더운 날씨에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모래에 머리를 박은 것인데 사람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하죠. 게다가 타조는 발차기도 엄청 쎄서 동물의 왕인 사자도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경영학에서는 이런 잘못된 오해를 가져와 타조효과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타조에게 미안하게도 말이죠.

 

아무튼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타조효과는 여러 가지 위험 경고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함으로써 위기에 둔감해져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당장 눈 앞에서 기업들이 망하고 파산이 급증하지 않으면 별 문제 없다고 여기다가 나중에 큰 코 다치게 된다는 거죠.

 

에이 그래도 타조처럼 다가오는 위험에 눈 감는 멍청한 짓을 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들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2009년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조지 뢰벤스타인 교수의 연구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경기가 나쁠 때 사람들은 평소보다 자신의 재무 상태를 더 자주 확인할까요? 아니면 덜 확인할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연구결과는 놀랍게도 확인하는 정도가 오히려 50~80% 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아마 애청자 여러분들 대다수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돈이 쪼들릴수록 통장을 확인하지 않곤 하죠. 돈도 없는데 매번 들여다보면 뭐하냐면서요. 그런데 이런 행동은 달리 보면 타조처럼 다가오는 위험에 눈을 감는 것과 마찬가지죠. 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불경기라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것이잖아요.

https://youtu.be/KV0Z7zoxP8Q?si=02lLbwMcBG4hVGmc

대표적인 예가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잖아요. 이를 시작으로 세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렸죠. 중요한 건 이 회사의 회장이 여러가지 위험 징조를 보이는 보고를 모두 무시했다는 점입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 증가 등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았죠. 심지어는 다가오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수정을 요구한 리스크관리책임자를 파면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앞에서 고개를 처박은 타조처럼 위기를 외면해버린 것이죠.

 

이에 대한 대가는 정말 컸습니다. 150년 역사의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했고 투자사들의 연쇄도산이 이어지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죠.

 

그런데 타조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나라를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애청자 여러분들은 IMF경제 위기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1997IMF위기가 갑자기 찾아왔다고 여기실 것입니다. 동남아 금융위기가 급속히 우리나라까지 확산되면서 덩달아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실 테고요.

 

실제로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위기에 자도 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과 1년 전인 1996년에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가입에 가입했을 정도로 경제가 탄탄대로였는데다 경제규모도 세계 11위에 올랐거든요.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우리도 잘살게 됐다며 다들 샴페인을 터뜨리기 바빴습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도 자신의 치적을 삼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성과를 자랑했죠.

 

하지만 당시 뉴스를 살펴보면 위험신호는 1년 전부터 감지됩니다. 1996년 상반기 수출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3.1%나 둔화됐거든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이 안됐다니 정말 심각하죠. 현재 우리 경제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 있는 아시아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 경기침체의 우려를 보냈습니다. 스위스의 UBS 증권은 우리나라의 1996년도 성장률을 당초 7.3%에서 7.1%,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는 7.5%에서 6.9%로 각각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1997년에 들어 더 심해졌죠. 세계금융시장에서 우리경제에 대한 회의가 폭 넓게 일기 시작한 것입니다. IMF에 근무했던 경제학자인 모리스 골드스타인(Morris Goldstein)은 멕시코 위기의 교훈을 바탕으로 아시아 신흥개도국 5개국의 금융 위기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원화가 19%나 고평가 됐다며 급락 가능성을 경고했죠.

 

하지만 그때마다 김영삼 정부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죠.

 

우리나라는 다르다.”

 

https://youtu.be/Qs9z36OPhiE?si=zJwSOdFgtWWzlS6j 

이게 뭔소리냐면 일찍이 경제위기가 있었던 멕시코와 다르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OECD 가입을 계기로 마치 선진국이 된 양 취해있었던 것이죠.

 

그러는 사이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OECD 가입을 위해 자본시장 자유화를 하면서 제도적으로 은행들이 단기자본을 쉽게 빌려올 수 있게 됐는데요. 이렇게 빌려온 돈으로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들에게도 대규모로 투자했죠. 한국경제가 그 전에 계속 그래왔듯이 건전성보다는 기업 오너의 입김이 더 컸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빌려와 쉽게 돈을 빌려줬습니다.

 

이 때문에 1991391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외채는 19961,047억 달러, 19971,208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죠. 문제는 해외에서 빌려온 돈의 58%는 단기 채무였습니다. 이렇게 해외 단기자본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이에 대한 경고도 끊임없었죠.

 

하지만 당시 정부의 대답은 문제없다였습니다. 동남아 금융 위기가 먼저 발생했는데도 우리나라는 동남아인들보다는 더 교육을 받았고, 규제가 잘 돼 있고, 펀더멘털이 든든하다는 황당한 주장만 해댔죠. 금융위기라는 거센 파도도 밀려오고 있는데도 타조처럼 고개를 땅에 처박고 아무일 없을 거야” “이 또한 지나가리를 외친 것입니다.

 

그러다 19971월 한보부도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그 끔찍한 IMF 위기를 맞게 됩니다. 우리국민들은 한국전쟁 때에 버금가는 경제적 고통을 받았고요.

 

아픈 이야기를 또다시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정부의 모습에서 1997년 당시 김영삼 정부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변동성은 있지만 우리 경제가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9월에는 무역수지 흑자기조 지속과 함께 수출 감소폭이 추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죠.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수출은 9월 들어서도 폭망수준이죠. 관세청 자료를 보면 91~10일 수출액은 148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습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감소는 무려 14.5%로 더 늘어납니다. 무려 11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12개월로 늘어나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죠. 과연 4분기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을까요?

 

https://youtu.be/hdMiwaZGCPQ?si=0AhLuK6WYkQJtscL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산다고들 하죠. 그럼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1분기 기준 무려 79.7%에 이릅니다.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즉 무역이 안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인지 수출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7'세계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0.1%포인트(1.5%1.4%) 낮췄습니다. 두 기관이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OECD 2.6%2.7%, IMF 2.8%3.0%)했다는 걸 감안하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알 수 있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7월 말 보고서를 발표한 JP모건·골드만삭스·메릴린치·씨티·바클레이스·UBS·HSBC·노무라증권 등 8IB가 내다본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겨우 1.1%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내년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닙니다. 8IB는 우리나라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를 밑도는 평균 1.9%로 집계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의 장담과는 달리 수출이 나아지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죠. 이는 마치 IMF위기 전 아시아 전문가들의 위기 경고와 비슷하지 않나요?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모래속에 고개를 쳐박고 위기는 없다고 외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사실 더 큰 위기의 조짐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가계부채가 그동안 너무 많이 증가했기에 적정 수준으로 지속되게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정책 목표라면서도 가계부채나 대출 증가로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는 알듯말듯한 말만 늘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전 세계 1위를 만든 것은 바로 지난 정부라며 미래 세대에 빚 부담을 떠넘기면서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는 식으로 모르핀 주사 놓듯 경제를 하면 죽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타조가 고개를 모래속에 처박고 나는 잘못없어요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외치는 모습같지 않나요?

 

특히 추 장관의 주장을 팩트체크 할 필요도 없죠. 다들 아시다시피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한달 사이에 가계부채가 무려 69000억원. 역대 최대입니다. 코로나 위기였던 문재인 정부 때 증가폭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50년 만기라는 황당한 주담대 상품을 팔라고 부추기면서 주담대가 무려 7조원이 늘어났습니다. 이것도 전정부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5월 말에 나온 국제금융협회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세계 34개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안타깝게도 한국. 비율은 102.2%. 3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넘어섰습니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 빚을 갚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최근 훨씬 올라갔을 것이 확실합니다.

 

이렇게 빚이 많더라도 경기 좋다면 갚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일명 ‘3때문에 난리죠. 이 때문에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0.2% 줄었습니다. 빚을 갚지 못할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거죠.

 

https://youtu.be/gq6-1Wa3KQE?si=YgDCYKmDUWcJtdqE 

이런 위기라면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돈을 풀어서라도 극복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빚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정부가 나 몰라라 하면 정부의 존재의미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현 정부는 빚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은 알아서 하라고만 합니다. 그러면서 세수는 부족하지만 부자감세 기조는 유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서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책부터 손보기 시작하죠. 국가에 기대지 말고 알아서 살라면서요. 모래 속에 고개를 쳐박고 난 모르니 알아서 하라고 소리치는 거죠. “미래 세대에 빚 부담을 떠넘기면서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는 식으로 모르핀 주사 놓듯 경제를 하면 죽는다고만 떠벌리면서요. 이러다 국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면 어쩌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한국경제를 나쁘게 이야기하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한국경제가 망하길 바라는거냐면서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다. 한국경제가 망하면 경불진도 망하는데요.

선지자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예측함으로써 예측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 말인데요. 스스로의 실현을 방해하는 예측을 뜻합니다. 실제로 비관론자들의 경고가 하늘이 무너지는 걸 막은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세기말에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Y2K버그’. 다들 기억나실 것입니다. 19991231일에서 200011일로 넘어갈 때 잠을 못잤잖아요. 정말 세상이 망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그럼 Y2K버그는 과장된 공포였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당시 일반인들도 두려움을 가질 정도로 공포에 빠졌고 이를 해결하라고 다구쳤기 때문에 전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기적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죠.

 

지금 우리나라에게도 이런 기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많은 국민들이 정부를 향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내놓으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저하고라는 말도 안되는 주술은 그만 외우고 미국과 일본보다 앞장서서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하는 일도 그만두고 제발 경제부터 살려놓으라고 소리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선지자의 딜레마와 같은 기적이 우리나라에서도 펼쳐지길 바랍니다. 2IMF사태가 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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