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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앤드 고’ 함정에 빠진 캐나다·호주···한국과 미국은?

경불진 이피디 2023. 6. 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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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앤드 고(Stop and Go) 함정이란 용어가 기억나시나요? ’못 먹어도 고같은 고스톱 용어 아닙니다.

 

지난 227일자 꼬꼬문에서 알아봤던 용어인데요. 글자 그대로 멈출까 계속 갈까를 망설이다 혼란에 빠지는 것을 뜻하죠. 구체적으로는 물가 관리와 경제성장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했던 것은 1970년대. 바로 석유파동이 한창이던 때였죠. 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당시 미 연준은 경기 상황을 의식해 금리 인상과 동결을 반복하다가 물가 관리에 크게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금리를 올렸더니 경기가 급랭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영업자, 중소기업들부터 망하기 시작하죠. 산업생산, 부동산 등도 꺾이면서 경기가 급랭하게 됩니다. 현재 한국 경제 모습과 비슷하죠.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정치권과 언론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당장 금리 인상을 중단하라고 난리를 칩니다. 이러다 다 죽는다면서요. 이런 강경 여론에 밀려 다시 금리를 동결시키거나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잠시 잠잠했던 물가가 다시 뛰어오르게 되죠. 기름값, 전기요금, 교통비 등 각종 생활요금이 치솟게 됩니다. 서민들이 못살겠다고 난리치죠. 정치권과 언론들은 이번엔 물가잡지 않고 뭐하냐고 비난하고요. 그러면 다시 금리를 올리고. 이런 일이 반복됐다는 거죠.

 

이건 병 걸렸을 때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들어 감기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쉬고 약도 잘 먹어야 하는데 좀 나아진 것 같다고 약을 먹지 않고 무리하면 어떻게 되나요? 더 크게 아프게 되죠.

실제로 미국 경제가 당시 그런 상황에 빠졌습니다. 1979년 미 연준은 기준 금리를 11.5%까지 스톱 앤드 고를 하며 끌어 올라갔지만 물가도 덩달아 올랐는데요. 지난해 미국 물가가 9% 가까이 치솟아 난리가 났었죠. 그런데 1979년에는 무려 11%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돌았습니다. 그래서 언론들은 미 연준이 스톱 앤드 고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비난했었죠.

 

하지만 미국 경제가 망하지 않았잖아요. 바로 경불진에서 자주 언급했던 폴 볼커가 등장한 덕분이었죠. 볼커는 하룻밤 사이에 기준금리를 무려 11.5%에서 15.5%4%포인트나 올렸던 인물입니다. 당시 살해 위협까지 당해 2미터가 넘는 장신인데도 권총을 차고 출퇴근 했다는 일화까지 있습니다. 실제로 금리를 올린 후 3년 가까이 경제가 뒤집어졌죠. 기업들이 파산하고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대혼란을 겪었습니다.

 

특히 물가는 더욱 치솟아 1980년에 14.8%까지 올랐습니다. 여기저기서 볼커를 내쫓으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죠. 하지만 꿈쩍하지 않고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인 볼커 덕분에 물가는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9824%, 19832%대 초반까지 떨어졌죠. 연준이 목표했던 수준에 도달한 것이죠. 이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자 미국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해 1990년대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게 됩니다. 소위 골디락스에 도달했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이런 폴 볼커의 전략을 스톱 앤드 홀드라고도 하죠. 고물가를 잡히기 전까지는 뚝심을 가지고 금리 인상 기조를 고수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한동안 경기침체에 빠지더라도 물가부터 잡겠다는 전략이죠.

갑자기 스톱 앤드 고, 스톱 앤드 홀드를 거론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호주, 캐나다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돌았습니다. 이유는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분위기 속에 가장 먼저 스톱, 즉 동결을 외쳤던 나라들이거든요.

 

선두에 선 곳은 캐나다. 20221월 만해도 0.25%였던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렸던 캐나다는 지난 3G7 가운데 가장 먼저 긴축을 접었고 4월에도 동결했습니다. 2월부터 동결에 들어갔던 우리나라보다는 한달 늦긴 했지만요.

 

0.1%이던 기준금리를 3.6%까지 끌어 올렸던 호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4월 금리를 동결했거든요. 전세계 금융시장에 영향력이 큰 호주와 캐나다가 금리를 동결하니 월가는 환호성을 질렀죠.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5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주장이 나돌았죠. 많은 우리 언론들과 소위 경제전문가들도 파월이 본모습인 비둘기로 돌아와 동결을 외칠 것이라고 주장했고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미 연준은 5월에도 0.25%포인트 베이비 스텝을 유지했죠. 미 연준의 파월의장은 폴볼커만큼 파격적이진 않지만 스톱 앤드 홀드전략을 고수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지난 6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깜짝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거든요. 이번에도 0.25%포인트를 올려 호주의 기준금리는 4.1%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5%이기 때문에 0.6%포인트나 높죠.

 

아무튼 호주는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스톱 앤드 고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호주만이 아닙니다. 어제 오후 11시에는 캐나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캐나다의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4.75%로 올라섰습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캐나다도 스톱 앤드 고를 한 것입니다.

 

그럼 선진 경제 중에서 가장 먼저 동결에 들어갔던 호주와 캐나다가 왜 또다시 고를 외쳤을까요? 역시나 물가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만해도 8.4%나 올랐던 호주의 소비자물가는 1월에는 7.4%, 2월에는 6.8%로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언론들은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죠. 이에 힘입어 호주는 지난 4월 금리를 동결한 것입니다. 그러면 동결한 후 호주의 물가는 어떻게 됐을까요? 3월에는 6.3%로 안정세를 찾는가 했는데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는 다시 6.8%.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죠.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639년 만에 최고치인 8.1%를 기록했던 캐나다의 소비자물가는 점점 낮아지기 시작해 지난 2월에는 5.2%까지 둔화됐습니다. 그래서 캐나다 중앙은행도 자신감을 갖고 스톱을 외쳤던 것인데요. 3월에도 4.3%로 안정세를 유지하던 캐나다 소비자물가는 4월에 다시 4.4%로 튀었습니다. 이 때문에 잠시 멈췄던 금리 인상을 다시 시작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인플레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아있었던 잔불이 다시 큰 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캐나다와 호주가 스톱 앤 고를 한 거죠.

 

그럼 전세계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오는 15일 미 연준이 드디어 금리를 동결시킬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미국이 부도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안겼던 부채한도 협상이 지난주 타결됐기 때문이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가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하면서,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게 되잖아요. 새로 발행된 국채는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게 됩니다. 이렇게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 연준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아도 금리를 올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6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1%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호주가 스톱을 했다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봤거든요. 잠잠해지는 듯했던 물가가 다시 튀어 올라 어쩔 수 없이 또다시 고를 하는 혼란에 빠진 모습에서 교훈을 얻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폴 볼커의 뚝심이 다시 생각날 수도 있다는 거죠.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우리시간으로 14. 그런데 하루 전인 13일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됩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4.9%. 20214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었거든요. 하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13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 물가가 호주나 캐나다처럼 다시 튄다면 미국은 스톱 앤드 홀드를 유지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럼 문제는 우리나라죠. 앞서 설명드린대로 우리나라는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시켜왔죠.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대도 외부 압력도 심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물가도 잡힌 게 전혀 아니잖아요. 지난 5월 소비자물가가 3.3% 오르는데 그쳐 19개월만의 최저치이지만 이를 체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대표적으로 서민음식인 라면이 무려 13.1%나 상승했기 때문이죠.

 

이 때문일까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를 꼭 집어 언급했는데요.

 

이 총재는 호주도 정지(금리 동결)하고 지켜본다고 한 후에 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왜 못 할 것 같은가?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번 달에는 금리결정이 없죠. 15일 미국의 결정을 본 후 713일에 금통위를 열게 되는데요. 아직 한달도 더 남았죠.

 

그 사이에 유로존이 615, 일본이 618, 중국이 620, 영국이 622일 등 줄줄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스톱 앤드 고인지 스톱 앤드 홀드인지를 살펴본다면 우리 한은의 방향성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또 중요한 것은 국제유가. 70달러 대까지 떨어진 국제유가가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도 있거든요.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가 대규모 감산에 들어간다고 선언했기 때문인데요.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면 세계 각국은 다시 고를 외칠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한가지 더 살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벌써 시장에서는 반응을 하고 있거든요.

 

한국은행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졌잖아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채 금리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습니다. 채권은 가격이 내려가면 금리가 오르는데,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 물량 제한이 풀리면서 공급이 늘자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5대 시중은행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4.796.38%,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게다가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로 완화됐던 유동성 규제가 정상화되는 다음 달부터는 은행들의 자금 확보 경쟁도 가열될 거로 보여 시중 금리는 더 뛸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리 떨어졌다고 금리인상 멈췄다고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 나발을 불고 있죠. 분양시장이 회복되고 있으니 청약통장 꺼내라고 부추깁니다. 그런데 맨 처음 살펴봤듯이 우리나라도 스톱 앤드 고 함정에 이미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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