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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골드러시’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죽자캣 사나이’가 이룬 기적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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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골드러시’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죽자캣 사나이’가 이룬 기적은?

경불진 이피디 2023. 6. 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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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러시에는 금맥을 찾지 말고 청바지를 팔아라.”

 

너무나 유명한 비즈니스 격언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19세기 미국 골드러시에서 실제로 큰 돈을 번 곳은 금 캐러 다닌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청바지를 판 회사였습니다. 이때 등장한 게 유명한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죠.

 

갑자기 리바이스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바로 반도체죠. 파운드리(위탁생산) 강자인 대만 TSMC와 메모리반도체 선두 삼성전자의 경쟁에 미국의 마이크론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여기에 미국과 일본, 중국 정부도 제각기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내걸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반도체 패권 경쟁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치 골드러시 시대의 리바이스처럼 말이죠. 이미 전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에도 올랐습니다. 도대체 반도체 원톱은 누구일까요?

 

어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화제를 모은 뉴스가 있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에 이어 5번째로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긴 기업이 탄생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30일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7% 이상 급등해 주당 418달러(55만원) 이상을 기록하며 장중 한때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후 어제 오늘 많이 빠져 오늘 새벽 마감 종가는 378.34달러. 종가 기준 시총은 9345억달러로 떨어졌죠.

 

장중 기록이지만 시총 1조달러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가 처음입니다. 인텔, TSMC, 삼성전자도 못한 것을 엔비디아가 해낸 것이죠. 덕분에 삼성전자 4거래일, SK하이닉스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죠. 엔비디아의 주력 GPU에는 삼성과 SK가 만드는 메모리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올 초만해도 엔비디아의 이런 성과를 기대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1월 엔비디아 주가가 140달러대에 머물렀기 때문이죠. 하지만 5개월여만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인공지능(AI)의 ‘아이폰 모먼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대부분 아실 것입니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것에 버금가는 변화가 인공지능에서 벌어질 것이란 이야기인데요. 바로 챗GPT. 마치 인간처럼 대화를 하는 것을 넘어 거짓말까지 능수능란하게 하는 생성형AI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죠. 이젠 궁금한 것을 챗GPT에 묻고 그래픽 작업도 미드저니에 맡기고 음악 작곡도 아이바에게 부탁하는 것이 가능해졌잖아요. 책도 쓰거나 유튜브를 만드는 것도 AI로 할 수 있게 됐죠.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서 주목받게 된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라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GPU 시장의 92%를 엔비디아가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인 AMD(5%), 인텔(1%)은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GPU와 컴퓨터의 두뇌인 CPU의 차이도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CPUGPU. 이 약자 사이에는 1글자만 차이가 있죠. 따라서 둘의 역할은 일부 겹치기도 하합니다. 하지만 차이도 크죠. CPU'Central Processing Unit'의 약자죠. 보통 프로세서(processor)라고 불리고 그냥 칩(chip)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반면 GPU'Graphics Processing Unit'의 약자. 보통 그래픽 카드라고 부릅니다.

 

그럼 가장 큰 차이가 뭘까요? 예를 들면 좀 쉬울 수 있습니다. CPU는 일반의, GPU는 전문의. CPU는 의사면허가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병에 대해 진료와 조언을 할 수 있죠. 하지만 병세가 위증한 경우에는 아무래도 해당 병의 전문의를 찾게 되죠.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CPU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래픽 작업이나 인공지능 관련 작업을 할 때는 CPU에 맡기면 어떻게 될까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발열로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도화된 연산할 수 있는데다 발열도 버틸 수 있는 전문적인 GPU가 필요하다는 거죠.

 

실제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2016년의 알파고의 딥러닝 기술이 바로 GPU로 구현된 것입니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딱 한번 졌던 알파고에는 1920개의 CPU(중앙처리장치)280개의 GPU가 사용됐었는데요. 핵심은 GPU였다는 거죠.

GPT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처럼 판단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영역을 미리 학습해야하는데요. 수많은 논문, 뉴스, 그림, 음악 등을 살펴보려면 CPU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빠른 연산과 열처리가 가능한 GPU가 필수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에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GPU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앞서 설명드렸듯이 전세계 GPU시장의 92%를 점유한데다 기술가 가장 앞선 업체가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났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돼 삼성전자마저 적자에 허덕였던 올 1분기 엔비디아는 깜짝 실적을 올렸습니다. 월가 전망치(652000달러)를 큰 폭 웃도는 7190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거든요. 특히 2분기 매출액은 1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자체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715000달러)50% 이상 웃돈 수치입니다. 이러니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거죠.

 

다만 엔비디아의 영광이 영원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호실적의 근간이 인공지능 열풍이 거품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인텔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GPU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92%의 점유율은 힘들 수도 있다는 건데요.

 

물론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엔비디아는 GPU를 잘 만들 뿐만 아니라 GPU를 활용하는 SW 쿠다를 AI 프로그램 개발의 표준으로 만들었다엔비디아를 대체할 기업이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지만요.

 

참고로 쿠다는 2006년 출시한 엔비디아 전용 AI 프로그래밍 SW로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40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AI 필수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언제부터 소위 잘나갔을까요?

엔비디아는 1993AMD 엔지니어 출신인 젠슨 황을 포함해 3명이 공동 창업한 회사입니다. 초창기에는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기획했다가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게임을 실감 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래픽카드 개발로 눈길을 돌렸죠. 초창기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CPU에서도 처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 수준이 높아지며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해졌죠. 일반의가 아닌 전문의를 찾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1999지포스256’을 내놓욌는데요. 이때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때만 해도 GPU는 컴퓨터 뇌 역할을 하는 CPU의 보조장치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가 돈 벌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를 채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그런데 암호화폐 채굴은 복잡한 계산을 반복해야 하는 특성상 CPU에 비해 GPU가 더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가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죠.

 

이어 2018년 젠슨 황 엔비디아 CEO“AI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그래픽카드용 반도체에서 AI시대를 맞아 비메모리 반도체로 확대한 것이죠.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급증에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20208월 삼성전자의 시총도 뛰어넘었습니다. 이후 챗GPT 열풍이 몰아치면서 엔비디아 GPU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주문이 6개월 이상 밀리는 등 공급난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마약보다 구하기 힘들다고 언급할 정도죠.

 

이런 엔비디아의 성공에는 황 CEO 개인의 매력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고() 애플 창업자의 상징이 검은색 터틀넥인 것처럼, CEO의 트레이드마크는 검은색 가죽 재킷.

 

CEO2013년부터 실적 발표나 신제품 발표 등 중요한 행사 때 항상 검은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한쪽 팔뚝에는 엔비디아 로고까지 문신했고요.

여기에 쇼맨십도 뛰어납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완성형 제품이 아닌, 중간재인 반도체를 가지고도 그는 멋진 퍼포먼스를 매번 선보였죠.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박람회 기조연설에서는 자사 신제품인 슈퍼칩을 손에 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안에는 150마일(약 241㎞) 길이의 광섬유 케이블과 2000개 이상의 선풍기가 들어 있습니다. 무게는 코끼리 네 마리에 해당하는 4만 파운드(약 1만8143㎏)입니다. 이것은 바로 단 하나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습니다.”

 

놀랍죠. 이 소리를 들은 청중들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고요. 마치 잡스의 연설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에 언론들은 잡스 이후로 CEO가 그 기업 자체와 동음이의어가 되는 CEO가 등장했다고 평가했을 정도죠. 이미 타임은 2021년 황 CEO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으로 선정했습니다. 2017년 포춘은 그를 올해의 사업가, 201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재임 동안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세계 100CEO’로 뽑았죠.

 

올해 환갑이 된 황 CEO는 여전히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립대만대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상황이든 걷지 말고 뛰어야 한다먹잇감을 찾아 뛰는 동시에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달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평소에는 나는 항상 30일 뒤 파산을 생각하며 사업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하죠.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회사를 이끄니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애청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시간요. CEO가 잡스의 버금가는 인물이 될 수 있을까요? 골드러시 시대의 리바이스처럼 반도체 패권 경쟁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삼성전자의 이재용이나 SK하이닉스의 최태원은 왜 황 CEO처럼 못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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