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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당신의 사랑 ‘안심’할 수 있나요?

경불진 이피디 2022. 12. 2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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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뚜기 오'키친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죠.

어느 날 늦게 퇴근한 남편에게 전업주부인 아내가 야식으로 맛있는 어묵 볶음을 해줬습니다.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아이들을 불러 같이 먹자고 했더니 아내가 화를 내더랍니다.

당신만 먹어라면서요. “아이들도 좋아하는데 같이 먹으면 좋지 않냐고 했더니 그제야 아내가 비밀을 털어 놓았는데요.

 

그거 유통기한 지난 거야. 당신은 어른이니 괜찮을 거야. 하지만 아이들 주기에는 좀~~.”

 

이런 경험하신 애청자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상하게 맛있는 것을 아내나 남편이 혼자만 먹으라고 줬을 때 나중에 알고 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가 있잖아요. 아직 먹을 만한데 버리긴 아깝고···. 알뜰살뜰 아끼려고 준 것이니 화를 낼 수도 없고. 특히 자신도 먹으며서 줄 때는 더 더욱 그렇죠.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런 모습도 사라질지 모른다고 합니다.

새해부터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기 때문이라는 데요. 1985년 유통기한이 도입된 지 무려 38년 만의 변화라는 군요.

 

그동안 유통기한은 식품시장에서 절대 불가침의 원칙으로 통했습니다. 그래서 유통기한을 철저히 지키는 집들이 많은데요.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지난 식료품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10명 중 9명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킨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아니면 앞서 우스갯 소리처럼 남편이나 아내에게 준다는 답변도 있고요. 그만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면 아까워도 뭔가 찜찜하죠. 하루 이틀이 아니라 불과 몇 시간 지났어도 말이죠. 유통기한이 곧 식품의 폐기 시점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통기한은 소비자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바로 판매자 중심 개념이라는 거죠. 즉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입니다. 따라서 이 기한 이후로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그래서 소비자 사이에서는 유통기한이 며칠 지났는데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앞서 사례처럼 남편이나 아내에게 먹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끊임없었습니다. 유통기한 표시로 인해 멀쩡한데 버려지는 식품이 연간 548만 톤, 처리 비용은 1960억 원에 달한다는 군요. 적지 않은 양이죠.

 

그래서 소비기한을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소비기한은 말 그대로 소비자가 먹어도 되는 기한을 뜻합니다. 맛과 식감은 좀 떨어졌어도 소비기한을 넘기지 않으면 먹을 수는 있다는 뜻입니다. 즉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버려지는 식물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의 소비기한 도입은 세계적 추세에 비춰 보면 늦었다고 합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을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했다는 군요. 유럽연합(EU)은 식품의 특성에 따라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냉동기한을 구분해 사용합니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소비기한과 상미기간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미기간은 상미기한은 미개봉 상태에서 보관 기준을 준수했을 때 적혀있는 날짜까지 품질 변화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그럼 내년부터 도입되는 소비기한으로 음식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늘어날까요? 유통기한이 식품의 품질 변화 시점까지의 60~70% 지점인 것과 달리 소비기한은 80~90% 지점으로 정해진다고 하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많이 소비하는 식품 등 23유형(80품목)에 대해 우선적으로 권장 소비 기한을 설정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대략 17~80%까지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과자의 유통기한은 45일인데 소비기한은 81, 두부는 유통기한 17일에서 소비기한 23, 햄은 유통기한 38일에서 소비기한 57일로 증가하죠. 어묵은 29일에서 42, 유산균 음료는 18일에서 26, 조리 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삼각 김밥, 도시락 등 즉석 섭취 식품(비살균)은 평균 59시간에서 73시간으로 길어집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590044?ucode=L-nShQDMYB 

 

[이피디 픽]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당신의 사랑 ‘안심’할 수 있나요?

내년 1월부터 38년 지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도입된다는데···. 차이점은? 도입이유는? 걱정도 된다는데···. 그 이유는? ◆기초연금 인상에 뿔난 서민? ◆시외버스터미널이 사라진다 ◆

www.podbbang.com

이렇게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소비자는 연간 8860억 원, 산업체는 260억 원의 편익을 얻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불안한 측면도 있습니다.

 

유통기한보다 길어진 소비기한, 오래된 식품 먹어도 탈 없을까요? 정말 어린 아이들을 먹여도 될까요?

 

일단 정부는 소비기한은 과학적 실험을 기반으로 설정되는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고 먹어도 된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소비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소비기한이 짧은 식품은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지 말고, 적정량을 사서 섭취 기한을 넘기지 않는 현명한 소비를 하라고 충고하고요.

 

물론 그래야겠죠. 그런데 걱정은 이것만이 아니죠. 소비기한이 아직 남았다고 무조건 안심해서는 안되거든요, 식품은 보관 조건이 중요하잖아요. 냉장이나 냉동 보관인데 이를 잘 지키기 않은 경우 소비기한 내에 있다고 해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는 기존에도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싸게 팔아왔잖아요. 이젠 소비기한 임박 식품을 세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관 상태가 안전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죠.

 

다행히 가장 걱정되는 우유는 2031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하기 쉬운 냉장식품은 따로 분류해 유통기한·소비기한 병행표시, 별도주의사항 추가 등 세부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년이 나흘 밖에 남지않았는데 아직 보완책 이야기가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기처럼 그냥 밀어붙이는 건가요?

 

또 음식을 먹고 배달이 나거나 식중독에 걸렸을 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커 보이잖아요.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와의 소통이 부족해 소비자들이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연구팀에서 소비기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의 52.9%는 마트 등에서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라도 사서 먹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6.2%에 불과했습니다. 유통기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의 차이를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기한을 유통기간처럼 착각해 기간이 경과한 제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자칫 내년부터 식중독 등 식품 관련 사고가 급증하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더 나아가 당신만 먹어라고 아내나 남편이 맛있는 음식을 내밀 때 더 두려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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