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 수혜주 투자해도 될까?

홍상수 감독의 '강변호텔'

어제 국내 주식시장은 한한령 해제가 화제였죠.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중국 OTT에서 우리나라 감독의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며 “6년간 중국에서 수입이 금지된 한국 영화 서비스가 개시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화·인적 교류의 중요성과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에 공감했다. 중국이 OTT 조치로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한·중 정상회담 덕분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며 취했던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6년 만에 일부 해제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성과가 이처럼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이 때문인지 어제 콘텐츠·게임·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전일대비 1970원(29.94%) 오른 855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콘텐트리중앙도 7.01%나 올랐고요, 코스닥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11.77%, 키이스트가 15.36%, 쇼박스가 15.06%나 급등했다.

 

게임업종도 동반 강세였죠. 코스닥에서 데브시스터즈가 11.66% 급등했고 위메이드( 6.74%) 네오위즈홀딩스(6.46%), 카카오게임즈(6.76%), 펄어비스(5.28%) 등도 크게 올랐습니다.

 

에스엠, JYP Ent. 하이브 등 넓은 의미의 K-콘텐츠 업종도 주가도 뛰었죠. 콘텐츠와 관련된 코스닥 종목이 대거 급상승하며 이날 코스닥 지수는 13.33포인트(1.87%) 오른 725.59에 마감했습니다.

 

한한령 해제에 주가가 이렇게 반응한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한한령이 내려지기 전인 2016년 방송 콘텐츠 수출 중 대중국 수출 비중은 30%였지만 한한령 이후 5%로 뚝 떨어졌었죠, 대중국 방송 콘텐츠 수출액도 2016년 1100억원에 달했지만 2020년 250억원으로 급감 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말대로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우리 콘텐츠 수출이 급증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크죠. 이런 기대감에 콘텐츠 관련주가가 급등한 것이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관련 종목을 사야하나 고민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성급하게 결정내리면 안될 듯 합니다. 한한령이 진짜 해제될지는 아직도 모를일이라는 지적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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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김은혜 홍보수석이 언론을 통해 이번 성과가 한중 정상회담 덕분이라고 강조했던 내용도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한한령이 풀렸다는 증거로 중국 OTT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가 홍상수 감독의 ‘강변호텔’을 서비스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설명대로라면 강변호텔의 서비스는 한중정상회담이 열린 15일 이후 중국에서 서비스돼야 정상이죠. 그런데 강변호텔이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 4일. 한중정상회담보다 10일이나 빠릅니다.

 

정상회담은 원래 실무진이 미리 의제를 논의하고 정상은 만나서 사인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니 10일 전부터 한한령해제를 결정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일반적인 정상회담과는 달랐죠. 당시 막판까지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고, 당일 오전에서야 확정됐습니다. 미리 의제를 의논할 시간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미중 정상회담은 세 시간을 넘게 했지만 한중정상회담 시간은 겨우 30분 밖에 되지 않았던 거죠.

 

결론적으로 중국 OTT에서 한국영화를 서비스한 것은 한중정상회담의 직접적인 성과라고 하기엔 무리가 많은 셈입니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실 발표가 왜 나왔는지 모른다”는 반응입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OTT에서 서비스를 새로 시작한 한국 영화는 ‘강변호텔’ 딱 하나입니다. 한한령이 풀렸다는데도 단 하나.(하나만 풀어준다고 한한령인가요?) 더군다나 중국측 반응도 뜨뜨미지근합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6년 만에 재개된 중국 OTT의 한국 영화 서비스’와 관련해 한한령을 시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줄곧 한한령을 부정하며 이 같은 조치들이 자국 문화계의 자발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해왔고 이번에도 같은 의견을 고수한 것이죠.

 

이게 뭔소리일까요? 6년 만에 재개된 중국 OTT의 한국 영화 서비스는 한중정상회담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고 자국 문화계가 알아서 한한령을 한다면 우린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잖아요,

 

실제로 국내 업체들 중에 한중정상회담이후 중국으로부터 추가 개봉 등의 연락을 받은 곳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경제문화적 관계개선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한한령이 풀려, 중국 문화계가 자발적으로 우리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수입한다면 정말 기쁜 일이겠죠. 그런데 중국 정부는 아예 시행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을 우리 대통령실이 굳이 해제했다고 강조한 것은 오히려 관계 개선을 악화시키는 일 아닐까요?

이데일리 제공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탈중국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해명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잖아요.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어제 정부가 주요 산업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공식화하고 중국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이들의 국내 복귀는 물론 제3국 이전도 직·간접 지원키로 한다고 밝힌 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첫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강조합니다.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한한령 해제가 설령 맞다면 이에 대한 보답치곤 좀 심하지 않나요? 중국 정부가, 시진핑이 이 소식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종합하자면 정부의 발표만 믿고 한한령 해제 수혜주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544693?ucode=L-cYlmqQUB 

[이피디 픽]‘한한령 해제’ 수혜주 투자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