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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돈 보다 훨씬 효과 좋은 보상은 ‘00’이다?

경불진 이피디 2021. 11.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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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퀴즈 온더 블럭' 캡쳐

 

어제는 CEO와 부모들이 맹신하는 인센티브가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증거들을 살펴봤는데요. 아들 셋 모두 서울대에 진학시킨 이적 어머니 박혜란 씨의 교육 비법도 알아봤고요. 그러면 모든 보상이 효과가 없는 것일까요?

 

A. 어제 이적 어머니 박혜란 씨의 사연과 댄 애리얼리의 연구결과를 들으면서 스스로를 떠올린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보너스가 크면 클수록 결과가 좋아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실험결과가 충격적이었고요. ‘의욕이 있다고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댄 애리얼리 교수의 충고를 들으며 나도 그랬던 것 같아라고 무릎을 치셨던 분들도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것에 대해 아무런 보상을 정말 하지 않아도 될까?’ ‘우리 애들은 이적처럼 머리가 똑똑하지 않은데 그냥 방임해도 될까?’

 

이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실험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실험도 댄 애리얼리 교수가 했던 것인데요.

 

미국의 큰 프랜차이즈 호텔 콜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이 콜센터는 노동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최우수 사원에게 매주 월급 3분의 1을 보너스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상당한 액수죠. 누구나 받고 싶어 열심히 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댄 애리얼리 교수가 보너스 지급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매주 같은 사람이 보너스를 받아갔다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해당 직원이 돈을 너무 사랑해서?’ ‘그냥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재미난 실험을 했습니다. 6개월간 보너스를 무작위로 주기로 했다는 군요. 댄 애리얼리 교수가 그렇게 하기로 한 이유는 같은 사람만 보너스를 받아 가면 다른 요인들은 알 수가 없고, 비교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작위로 보너스를 주면, 생각 가능한 모든 변수를 얻을 수 있죠. 물론 이 사실은 노동자들에게 함구하고요.

결과가 어땠을까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는 군요. 매번 보너스를 타가던 직원의 경우 유인이 사라졌으니 성과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보너스를 받지 못했는데 열심히 할 이유가 없죠. 적어도 경제학적으로는 말이죠. 그런데 6개월 동안의 성과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해당 직원은 여전히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보너스를 거의 받지 못했는데도 말이죠. 이유가 뭘까요?

 

이에 대해 댄 애리얼리 교수는 재미난 예를 듭니다.

 

당신이 가수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갑자기 PD가 와서 방송국 사정 때문에 출연료를 적게 줄 수 밖에 없다고 통보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당신은 노래를 부를 때 화가 나서 일부로 음 이탈을 할까요?”

 

애리얼리 교수도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월급을 더 준다고 해서 뭘 더 강의하지는 못합니다. 돈과 상관없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강의를 꾸준히 할 뿐이죠.”

 

정말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입으로는 월급을 올려주면 보너스를 더 주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떠벌리지만 실상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죠. 월급과 상관없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를 악용해서 열정 페이를 강요하거나 해서는 절대 안되죠. 정당한 월급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일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돈이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도 댄 애리얼리 교수의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인텔 공장에서 했던 실험인데요.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나흘 일하고 그다음 나흘을 쉬는 식으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나흘 쉬고 돌아온 노동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싶어했는데요. 어떤 방식의 보상이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세 그룹을 나눠 실험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오늘 칩을 몇 개 이상 생산하면 30달러 현금을 인센티브(보너스)로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첫날 목표량을 달성하면 노동자들에게 잘 했습니다!(Well done!)”라는 문자 메시지를 CEO가 보낼 것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세 번째 그룹에게는 문자 메시지는커녕 어떤 보상도 약속하지 않았죠. 이후 나흘 동안 생산성을 체크했는데요. 결과가 어땠을까요?

 

그냥 말만하거나 아무 보상도 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여겨지잖아요. 앞서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인센티브를 약속한 그룹의 생산성이 조금 높아져야 정상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인센티브를 받은 그룹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은 그룹보다 6.5%나 생산성이 오히려 낮았습니다. 특히 보너스를 받은 첫날만 생산성이 4.9% 더 높았을 뿐 이틀째는 13.2%, 사흘 째는 6.2% 나흘째는 2.9%씩 생산성이 더 낮았습니다. ‘시험 잘 보면 용돈 줄게라는 약속에 첫날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점점 의욕이 떨어졌던 것처럼 말이죠.

 

놀라운 점은 별 소용도 없어 보이는 CEO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그룹입니다.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그룹보다 첫날은 6.7% 생산성이 더 높았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생산성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은 생산성을 보였습죠. 어디다 쓸 때도 없고 돈도 되지 않는 잘 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일 뿐인데도 동기부여 효과가 훨씬 컸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앞서 언급했던 시험 잘 보면 용돈 줄게라는 약속을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인센티브를 약속받은 노동자들은 첫날만큼은 돈을 더 받기 위해 어느 정도 열심히 일하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받은 보너스로 뭐할까라는 공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필요한 것도 없는데 그냥 쉬엄쉬엄하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죠. 그래서 인센티브의 효과는 급감합니다.

 

반면 문자 메시지를 받은 노동자들은 달랐습니다. “잘 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CEO로부터 받으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스스로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CEO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기분도 들고요. 이런 기분은 일반적인 경우 상당히 오래 지속됩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런 효과를 실제 이용하고 있습니다. 픽사를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이끈 에드 캣멀 CEO가 대표적인 사례죠. 캣멀 사장은 창의성을 지휘하라라는 책에서픽사의 성공 비결을 언급했는데요. 이런 내용입니다.

 

라푼젤이 개봉해 흥행가도를 달리던 무렵, 나는 앤 르캠 인력개발 부문 부사장에게 직원들에게 감사편지 전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각기 다른 내용을 담은 감사편지를 인쇄했다. 2010년 봄, 나는 라푼젤 제작에 참여한 모든 직원을 큰 강당에 소집했다. (중략) 직원들은 통상적인 회의로 알고 별다른 기대 없이 강당에 들어왔는데, 우리가 손에 봉투들을 들고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했다. 앤 르캠 부사장은 편지, 보너스가 든 봉투와 함께 공장에서 막 생산된 라푼젤 DVD를 각 직원들에게 전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라푼젤 제작에 참여한 몇몇 직원은 감사 편지를 액자에 집어넣어 사무실 벽에 걸었고, 지금까지도 걸어놓고 있다.”

 

캣멀 사장은 '감사 의식'을 치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픽사를 경영하면서 모든 직원이 현금 보너스를 좋아하지만, 자신이 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고 진지하게 감사 인사를 받는 것을 이와 대등한 보상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깨달았다. 픽사 작품이 보너스를 줄 정도로 충분한 수익을 올렸을 경우 작품 제작에 참여한 모든 직원에게 일일이 보너스 봉투를 건네며 작품에 기여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직원의 눈을 바라보며 악수하고 그의 공헌이 작품 완성에 얼마나 소중한 의미가 있었는지 반드시 말해줘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정말 이렇게 나의 노고를 감사해 준다면 애사심이 뿜뿜샘솟지 않을까요? 여기서 한가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게 있습니다. 감사보다 먼저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 제도가 확립돼야 합니다.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고, 회사가 노동자에게 감사로 때우려고 하면 역효과를 낼 게 분명합니다. 즉 감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적 씨의 어머니 박혜란 씨도 감사의 효과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혜란 씨는 자녀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던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도 전에는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 때문에 10년 가까이 경력 단절 여성이 됐습니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그동안 못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너희들 다 키웠으니 이제 내가 좀 커야겠다.”

 

이것도 하나의 감사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그만큼 믿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일반적인 부모라면 자녀들에게 명령하려고 하지 도움을 요청하진 않잖아요.

 

그럼 이렇게 감사만 하면 될까요? 여기서 앞서 언급했던 호텔 콜센터 사례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매주 월급 3분의 1을 보너스로 무작위로 지급해도 최고의 직원은 여전히 열심히 일한다고 했죠. 그러면 실적이 낮은 직원은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보너스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왜냐면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너스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결과를 받아든 댄 에리얼리 교수는 호델 CEO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합니다.

 

최우수 노동자에게는 보너스보다는 기본급을 인상시키고 고마움 등을 표시하는 게 유리하고 보너스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에게는 보너스를 주는게 좋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시험 잘보면 용돈 줄게라는 유인보다는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 표현이 더 효과적인 반면 공부가 다소 떨어지는 학생에게는 용돈이 좋은 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노동자들과 자녀들의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향파악부터 해야 합니다.

 

특히 여기서 한가지 더. 댄 애리얼리 교수는 실수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을수록 동기 부여가 잘되고 성과도 좋게 나타났다고 강조합니다. 실패를 탓하지 않고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갈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자녀들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이들을 키우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아라. 그래야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다.”

 

자녀 셋을 서울대에 보낸 박혜란 씨가 우리 시대 부모들에게 드리는 매우 경제학적인 조언입니다. 물론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지만요.

 

정리:

1. 최고의 동기부여는 진정한 감사 표현이다.

2. 노동자들과 자녀들의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향파악부터 해야 한다.

3. 실수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을수록 동기 부여가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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