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일본 봉건시대 무사를 뜻하죠. 일본 사람들은 용감한 무사라고 긍정적으로 말합니다. 일본 자본의 영향을 받은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멋지게 그리다보니 사무라이에 대한 로망을 갖는 사람들도 간혹 있고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냥 깡패였습니다. 농민을 착취해서 영주에게 갖다 바치고 그 영주의 후광을 입고 거들먹거리는 동네 양아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날건달이죠.
갑자기 사무라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사무라이가 자주 언급되거든요. 이에 혹해 투자를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신중하셔야 합니다. 자칫 날건달에서 돈을 다 뜯길 수도 있거든요.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엔화예금이 인기라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무려 1조387억엔. 이달 들어서만 437억엔(3840억원) 늘었다고 하죠. 하루에 약 370억원씩(영업일 기준) 늘어난 셈입니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6월(1조4360억엔)과 7월(1조3603억엔) 1조엔을 넘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실현 등으로 지난달 9950억엔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었습니다.
이는 7월말 100엔당 896.95원까지 떨어졌던 엔화는 지난달 18일 924.14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900원 아래로 내려갈 조짐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에도 901.12원. 간신히 900선을 지켰습니다.
엔화가 이처럼 약세인 것은 일본 중앙은행이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의 마이너스금리를 유지 중인데다 미국 연준이 매파적 동결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9일 “마이너스 금리의 해제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약세를 꺾지는 못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쌀 때 사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거죠,
https://youtu.be/RA91s4LbkoE?si=hLuj-9D25LcEx0Le
한마디로 엔화예금에 가입한 우리 국민들은 엔화가치가 오를 것에 배팅한 것입니다. 물론 엔화가 더 떨어진다면 엔화 가치 하락에다 환전수수료 등으로 이중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현 정부도 엔화에 투자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는 반대인 듯 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7일 기획재정부는 700억 엔(약 5억 달러) 규모의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3년, 5년, 7년, 10년 만기로 나눠 채권을 찍었는데요. 평균 발행금리(가중평균 기준) 0.70%, 3년 만기짜리 금리가 0.475%. 일본에서 최근 발행된 모든 사무라이본드 중 최저 금리였다고 정부는 강조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은 무려 AA등급(S&P 기준). 일본(A+)보다도 두단계나 높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겠죠.
그런데 엔화 표시 외평채. 이게 도대체 뭘까요? 일명 사무리아본드로 불리는 것입니다. 일본 채권시장에서 비거주자인 외국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채권인데요. 일본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사무라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채권은 다들 아시다시피 일종의 빚입니다. 만기가 되면 채권에 쓰인 금액과 이자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죠.
여기서부터 좀 이상하죠. 왜 우리나라가 원화 표시 채권이 아니라 굳이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리아본드를 발행할까요?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가 사무리안본드를 발행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필이면 일본과의 관계를 의심받는 현정부에서 말이죠. 물론 달러나 유로 표시 채권을 발행한 적은 있습니다. 2021년에 미화 5억 달러, 유로화 7억 유로로 총 13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기 했지만 사무라이본드는 너무나 뜬금없죠. 그래서 도대체 의도가 뭘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뭘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요.
https://youtu.be/vr7TxxFUhpI?si=BT-q0jIeCSVXRqvC
일단 외평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foreign exchange equalization bond)의 약어입니다.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일종이죠. 즉 외평채를 발행하면 그 만큼 외화가 들어오잖아요. 사무라이본드는 당연히 엔화겠죠. 이 엔화를 가지고 국내 환율을 안정시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엔화 환율이 매우 불안정하거나 엔화 보유액이 너무 적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이 그럴까요? 앞서 살펴봤다시피 엔화 환율은 역대급으로 낮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엔화 부채가 있다면 빨리 상환하는 것이 상식적이죠.
한국은행이 지난 6월에 공개한 ‘2022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엔화 부채는 100억달러 규모입니다. 반면 엔화 자산은 394억 달러. 294억달러나 플러스입니다. 올들어 변화는 아직 모르지만 이번 사무라이본드 발행으로 엔화자산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죠. 현재 엔화 가치 하락을 보면 더 늘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도 말이죠.
혹시 엔화 가치가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서 쌀 때 사두는 것 아닐까요? 일반인들도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실제로 기재부는 사무라이본드로 들어온 자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엔화로 계속 가지고 있겠다는 거죠. 따라서 엔화가치가 올라가면 이득이라는 거죠.
실제로 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요미우리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요. 거기서 ‘이르면 연말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합니다. 올해 4월 취임 이후 내내 비둘기파적 발언만 내놓던 그가 느닷없이 매파적으로 돌아선 것이죠. 특히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시장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면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해서 금리를 끌어내리는 YCC(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 정책도 아직 없애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건너뛰고 ‘기준금리 인상’을 총재가 입에 올리다니···. 이 인터뷰 직후 엔화가 실제로 반등했습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엔고를 외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차관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연말엔 1달러=130엔 전후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며 “당분간 완만한 엔고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제조업의 국제화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이제 엔고가 일본 기업에 플러스”라는 일본 경제 낙관론도 함께 펼쳤습니다.
실제로 최근들어 일본 경제가 우리보다 상황이 좋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마저도 최근 전망에서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이 1.8%로 1.5%에 그친 우리나라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역전되는 것인데요. OECD는 일본 경제가 엔저를 바탕으로 한 수출 확대가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했습니다.
https://youtu.be/NsDkJOWnP5U?si=E5iQH-V8en_2lZBH
실제로 일본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4∼6월 일본의 계절조정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 분기보다 1.5% 증가했고요. 이런 추세가 1년 동안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무려 6.0%나 됩니다. 물론 초고령화, 관료주의 등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엄청난 국가부채, 소비침체, 지방소멸도 해결해야할 문제고요. 다만 경제지표만 따지자면 엔화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런데 과연 이런 엔고를 예측해서 우리정부가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을까요? 아무래도 꺼림칙하죠. 정부가 굳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이유를 유추해봤는데요.
첫 번째. 일본과의 관계. 역대 어떤 정부보다 일본과의 관계에 목을 매고 있는 현정부가 일본에 또다시 선물을 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엔화 외평채를 발행했을 때 일본인 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몰렸거든요. 일본이 직접 발행하는 국채가 아닌데도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죠(일본 A+, 한국 AA 수준). 게다가 한국의 부채비율(GDP 대비 48.7%)이 일본의 부채비율(GDP 대비 263.9%)보다 낮습니다. 즉 일본인 투자자에게는 한국이 일본보다 자산건전성이 높은 국가이며 조금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우수한 투자처인 셈이죠.
두 번째는 국내적 문제. 오히려 엔저를 예상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법인세감면, 부자감세 여파로 세수가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무려 59조원이 넘게 모자른데요. 이런 경우 일반적인 정부라면 추경을 하거나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당시 문재인 정부가 세수를 펑펑 썼다고 비난했던 현 정부 인사들은 내사전엔 추경은 없다, 채권도 더 발행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죠. 그러면서 외평기금의 여유재원, 세계 잉여금 등으로 끌어다 쓰고 여기에 쓰라고 잡아놓은 예산도 쓰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아랫돌 빼다 윗돌 괴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서 엄청 절약하는 것처럼 자랑하는데요.
문제는 이번 사무라이본드 발행 금액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운다는 점입니다. 물론 발행한 700억 엔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던 외국환평형기금 내 불용예산이나 잉여금 항목을 국가 일반회계로 전용해서 사용한다는 계획이라고 정부는 강조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아무래도 사이무라본드로 들어온 엔화를 원화로 바꿔서 쓰지 않을까요? 이 과정에서 엔화가 공급되면 엔화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엔화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분들의 기대에 우리 정부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DXMgpqCJ73U?si=2925JwEyfon5WW-6
***그나무상
실제로 엔화 가치가 단기간 상승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높지 않습니다. 현재 엔화 환율은 3년간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3년전인 2020년 9월 만해도 100엔당 1117.84원이나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900원 안팎. 원엔 환율만이 아니죠. 엔-달러 환율도 3년전 102엔이었지만 지금은 150엔에 육박합니다. 세계적으로 엔화 가치가 낮아졌습니다.
왜 엔화 가치가 하락했는지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전세계가 긴축에 들어갔지만 유독 일본은 예외였죠. 30년 불황이 이어지면서 디플레 우려가 여전했죠. 그래서 미국,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도 초저금에서 벗어나 3.5~5.5%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렸지만 일본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0.1%. 이러니 엔화가치는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일본은 전세계적에서 가장 국가부채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가뜩이나 국가만 부자고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아베 시절 이를 벗어나기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마구잡이로 뿌려댔잖아요.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출도 늘리려고 했지만 그닥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중앙은행은 자국 국채를 무려 1026조엔이나 들고 있습니다. 일본국채 중 절반 이상을 일본중앙은행이 들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국채가 따지고 보면 빚이잖아요. 즉 금리가 1%만 올라도 연간 이자 부담이 3조 7000억 엔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해 일본 예산이 114조 엔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죠.
따라서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죠. 그럼 문제가 심각하죠. 일본 금리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엔화 가치가 반등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난주 파월 매파적 동결이라는 희한한 표현을 써가면서 장기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는데요. 전세계적인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기는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도 30년 침체 때보다는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서 엔화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죠. 만일 이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부의 약속대로 이번에 발행한 사무라이본드를 엔화를 계속 유지한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영끌로 모든 것을 끌어다 쓰는 처지에 이 돈을 그냥 나둘까요?
이 때문에 현 정부가 싼 똥을 다음 정부가 치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 정부가 발행하는 사무라이 본드의 만기는 3년, 5년, 7년, 10년 종류입니다. 3년 만기 채권의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2026년 하반기는 윤석열 정부의 끝자락입니다. 3년 뒤 정부의 계산과는 달리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사무라이본드 때문에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책임을 지려고 할까요? 5년, 7년, 10년 만기는 더욱더 그렇고요.
따라서 현정부가 발행한 사무라이 본드를 어떻게 쓰는지 유심히 감시해야 합니다. 자칫 다음 정부는 물론 우리 자녀들에게 큰 빚 부담을 안길 수도 있거든요. 날건달 같은 사무라이에게 우리의 미래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엔화와 빚투자했다 큰 낭패를 본 일이 있거든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던 2008년 100엔 당 800원의 엔저현상이 지속됐었는데요. 여기에 국내 대출금리는 4~6%였지만 일본 대출금리는 2~3% 밖에 안됐습니다. 그러자 많은 기업들과 특히 병원에서 엔화 대출을 많이 받았죠. 이렇게 받은 대출로 기계도 사고 부동산도 사고 여기저기 투자하는데 사용했죠.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갑자기 터지면서 엔화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잘나가던 미국 금융이 한순간에 흔들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자 달러 대신 엔화에 투자가 몰렸고 엔화 환율은 폭등해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섰습니다. 따라서 엔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2배가 넘는 대출금을 갚아야 했습니다. 당시 파산했던 기업과 특히 병원이 엄청나게 많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외환시장은 우리가 예측하기 힘든 변수로 급변하니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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