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뉴스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금투자일 것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전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투자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와중에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김치 프리미엄.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로 쓰였던 용어죠.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 시세보다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금 시장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취임 이후 금값이 폭등하자 ‘금 투자 광풍’이 유독 우리나라에 쎄개 불어온 결과인데요. 윤석열 비상계엄까지 겹쳤으니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유돈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없는 사람들도 금이 사기 시작하면서 이달들어 13일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골드바만 무려 406억345만 원어치. 이는 전월 동기(135억4867만 원)의 3배, 전년 동기(20억1823만 원)의 20배에 각각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러자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전 세계 시장보다 높게 책정되는 ‘김치프리미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KRX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은 1g당 15만8000원이었다. 같은 시각 국제 금 가격이 13만3910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금값이 약 15.2%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셈입니다. 한때는 이 격차 20% 이상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격차는 KRX금시장이 개설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골드바 판매가 중지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죠.
만일 국제시장에서 금을 사다가 국내시장에 팔수만 있다면 그냥 15% 이상 벌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런 방식을 경제학에서는 재정거래라고 하죠.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때 언급됐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바로 이런 재정거래와 관련 있습니다. 저금리인 일본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인 해외에 투자하는 와다나베 부인 같은 사례가 앤캐리 트레이드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투자 수익을 줄어들기 때문에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다만 금의 경우에는 이런 재정거래가 쉽지 않습니다. 금은 일반상품과 달리 특별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가치가 1만달러 이상의 금은 반드시 세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또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신고 기준 미만이더라도 개인 사용 외의 판매 목적으로 보일 경우에는 신고를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죠. 관세와 부가가치세도 내야하는데요. 관세는 매입한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부가가치세는 다들 아시다시피 10%입니다. 따라서 관세와 부가가치세까지 감안한 금액 이상으로 차이가 난 경우에나 재정거래가 의미가 있죠. 따라서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출발 국가의 금 수출 규정도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국가는 금 반출을 제한하거나 반출 시 별도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둘째 금본위제 부활?
금본위제가 뭔지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일정한 화폐를 가지고 오면 금으로 바꿔주는 거죠. 그런데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이 파타난 미국에서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을 중지시켰는데요. 이후 오일쇼크로 사상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립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일 무역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죠. 일본을 팔면 미국 땅 4개를 사고도 남을 정도라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나왔고요. 달러 중심의 미국 질서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금본위제 부활까지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재무장관을 플라자호텔에 집합시켜 미국 물건을 많이 사게 만드는 플라자 합의로 발등의 불을 껐죠.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금본위제 부활 주장이 솔솔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무역적자로 달러가 빠져나가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죠.
하지만 재정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투자자들이 영국 런던 시장에서 금을 매입하고,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까지 가서 금을 사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요.
뉴욕의 금 선물 가격은 12일 온스당 2909달러로 마감됐지만, 런던의 금 가격은 20달러 낮았습니다. 미국 은행 관계자들이 대서양을 건너가 런던의 금 상가나 스위스의 금 제련소에서 금괴를 산 뒤 안전한 여객기 화물칸으로 이를 옮기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이익이 남는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IB)들은 영국에서 금을 매입해 미국으로 옮겨 판매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거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규모의 대서양을 건너는 금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입니다. 이로 인해 영국 은행들에서 금괴를 인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며칠에서 4~8주로 늘어나기도 했죠.
이에따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보관 중인 실물 금괴 재고량이 3000만 트로이온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220만 트로이온스가 들어왔는데요.
이번에 뉴욕에 금괴가 쌓이는 현상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금본위제의 가장 기본은 충분한 금인데 미국에 금이 쌓이고 있으니 과거 어느 때보다 금본위제 부활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트럼프도 후보시절 금본위제 부활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어제 언급했던 상상초월의 미국 정부 부채를 줄이는 해법일 수 있거든요. 금본위제에서는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낼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런 언급자체가 금값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가 가상화폐 대통령을 선언한 이유도 금본위제와 연관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바로 디지털 금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금본위제 부활을 노리는 국가가 미국만이 아닙니다. 바로 G2인 중국도 기축통화 지위를 얻기 위해 금본위제를 노리고 있는데요.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셋째, 미·중 ‘쩐의 전쟁’.
달러 패권을 흠집 내기 위해 금을 사들이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고자 비트코인을 국가 비축 자산으로 키우는 미국의 ‘쩐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지난해 연간 금 보유량은 1186톤(t). 4년 만에 역대 최대입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333t을 매입했는데요. 어느 나라가 많이 샀을까요?
바로 중국입니다. 2022년 1948t이었던 중국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12월 2279.6t으로 늘렸습니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통계를 공개한 1977년 이후 최대 보유량. 중국은 작년 한 해 동안 40t 이상을 추가로 사들여 전 세계 금 보유량 5위인 러시아(2335.9t)와의 격차를 바짝 좁혔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전 세계 거래 시스템이 달러화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미국의 달러 패권을 흔들려는 목적으로 의심됩니다. 왜냐면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통상 두 안전자산의 가격은 상반된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금 가격이 올라가면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거죠.
실제로 중국은 미국을 향한 거침없는 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꾸준히 금을 매입하면서 동시에 미국 국채는 팔고 있는데요. 중국이 미 국채를 시장에 판다면 미국의 국채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금리 급등은 불가피합니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국제자본 흐름(TIC)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14년 1조 3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8000억 달러로 4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 15년 중 역대 최저치.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36조 달러(약 5경 248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부채로 고전 중인 미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트럼프가 아니죠.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를 언급한 뒤 “대놓고 적대적인 이들 국가가 새로운 자체 통화나 기존 통화로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도록 확약받을 것”이라고 엄포한 바 있습니다.
말만 한 것이 아니라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바로 관세폭탄과 비트코인을 들고서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유하면 금의 수요를 대체해 전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열린 ‘딜북 서밋’에서 “비트코인은 달러의 경쟁자가 아닌 금의 경쟁자”라고 언급한 바 있고요.
다들 아시다시피 비트코인은 △영속성 △희소성 △채굴의 어려움 등 여러 면에서 금과 유사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도 하죠. 미국이 1930년대 전 세계 금을 대량 매입해 달러가 기축통화로 부상한 사례처럼 비트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구상에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났는데요.
전세계 자산에서 비트코인 순위는 어느 정도일까요? 금이 19조 달러로 1위고 애플, 엔비디아, MS, 아마존, 알파벳에 이어 비트코인이 1조9000억달러로 7위입니다. 9위인 은보다도 600억 달러 가까이 많습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금태환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가격을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쩐의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우리나라만 소외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전세계가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예외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한국은행. ‘금 보기를 돌같이 한’ 지 무려 12년째입니다. 이에따라 금 보유량 순위도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 32위에서 지난해엔 38위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외환보유액(4,110억 달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9위이지만, 금 비중은 1.2%로 꼴찌. 평균(24.6%)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은 이자 없는 무수익 자산인 데다 위기 시 현금화가 쉽지 않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금 투자를 외면하고 있죠.
그런데 주목할 만한 글이 하나 있습니다. 무려 16년 전인 2008년 한국은행 경제교육기획팀에서 쓴 ‘금이 ’금값‘ 되는 이유들’이란 제목의 글인데요. 도대체 2008년에는 금값이 얼마였을까요? 온스당 900달러 수준. 2800달러가 넘는 현재시세와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죠.
따라서 16년 전에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예견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거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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