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트래포드’.
축구 마니아라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름입니다. 바로 세계 최고 인기 클럽 중의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죠. 그런데 최근 이 구장 관련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요.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구설이 끊이질 않는 올드 트래포드.
과거 박지성 선수가 뛸 때 ‘지성 송’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구장에서 우리의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었던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죠. 그래서 영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라면 빼놓지 않는 곳 중의 하나인데요. 하지만 방문했던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소 실망했다고들 합니다. 세계 최고 구장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너무 낡았기 때문인데요.
얼마나 오래됐을까요? 올드 트래포드가 개장한 연도는 1910년. 우리나라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던 바로 그 해입니다. 따라서 역사가 무려 115년이나 된 셈이죠. 그런데 현재 잉글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축구 경기장으로 무려 7만 431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탓일까요? 지난해 5월 지붕이 빗물을 견디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SNS에는 “맨유의 몰락에 천장마저 울고 있다”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입니다. 거기다 쥐 배설물은 물론 쥐가 출몰해 식품 위생 등급이 하락하기도 했고요.
두 번째. 해결책은 없나?
급기야 맨유는 20억 파운드(약 3조 7600억 원)를 투자해 10만 석 규모의 최신식 홈구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새로운 구단주가 된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 짐 랫클리프가 일찌감치 구장을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이를 구체화한 것입니다.
맨유가 의뢰한 글로벌 자문 회사인 옥스포드 이코노미가 수행한 예비 경제적 영향 평가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일자리 9만2000개 창출을 비롯해 추가 방문객 유치를 통해 영국 경제에 엄청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간 경제적 효과가 73억 파운드(약 13조 142억 원)에 이른다는 거죠. 이게 사실이라면 바로 지으면 되지 않을까요?
세 번째. 문제는 역시 돈.
맨유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축구 클럽이지만 5년 연속 재정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적자가 무려 1억 1300만 파운드(약 2122억원). 더 큰 문제는 부채 규모입니다. 누적 부채가 10억 파운드(약 1조 8777억원)를 넘어 부채에 따른 이자만 3700만 파운드(약 695억원)에 달합니다.
물론 맨유도 자구노력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 짐 랫클리프가 새로 구단주가 되면서 돈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팬들은 기대했는데요. 그런데 엉뚱한 짓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 감독을 은퇴한 후에는 맨유 앰버서더로 활동했었는데요.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최근 해고 됐습니다. 더 나아가 250여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고요.
맨유 레전드 네빌이 “맨유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구단에서 직원들을 먹일 수 없는 구단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할 정도입니다.
네 번째. 팬들도 반발한다고?
새로운 구장을 짓는다는데 팬들도 반기기는커녕 반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에게 새로운 구장 투자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하지만 머스크는 맨유가 아니라 리버플에 관심있다고 언론에 털어놓았습니다. 머스크의 할머니가 리버플 인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이라는데요. 아무튼 맨유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이야기죠.
이것 만이 아닙니다. 맨유가 다음 시즌 입장권 가격을 5%나 인상한다고 기습 발표했는데요. 주차비도 15%나 올린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팬들은 성적은 역대 최악인데 입장권 가격은 왜 올리냐면서 팬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그런데도 밀어붙이는 이유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축구선수에게 꿈의 무대입니다. 그만큼 관련 매출이 상상을 초월하죠. 지난 시즌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의 매출은 무려 1조3023억원에 달합니다. 스폰서십 계약으로만 6283억원을 벌었고, 국내외 TV 중계권 수입은 537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홈경기를 치르면서 입장권과 각종 식음료 등을 판매한 액수도 1384억원이나 됐죠.
놀라운 점은 매출 2위 구단. 바로 맨유입니다. 1조2057억원이나 올렸죠. 시즌 성적은 겨우 8위였는데도 말이죠. 참고로 5위를 기록한 손흥민의 토트넘이 기록한 9635억원보다도 많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맨유의 올해 성적은 13위로 처참합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래 최다 우승에 빛나는 맨유 입장에선 어색한 순위. 하지만 TV 중계를 보면 경기장은 빈틈이 보이질 않을 정도입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 홈에서 총 25경기를 치렀습니다. 영업일수가 25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맨유는 경기일 매출 무려 2495억원. 경기당 100억원을 번 꼴입니다. 바로 맨유 평균 관중 7만3534명의 힘입니다. 최대 수용인원 7만 4310명보다 겨우 770여명 적을 뿐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경기장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죠.
여섯 번째. 경기장 짓는데 걸리는 시간은?
맨유 새 경기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FC의 ‘캄 노우(10만5000석)’ 바로 다음인 유럽 2위, 영국 1위의 거대 경기장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정도 큰 경기장이라면 돈은 물론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은데요.
2019년에 새로 지어진 토트넘 구장도 5년이란 공사기간이 걸렸기 때문이죠. 6만2000석 규모로 맨유 신구장보다는 작은데도 말이죠. 그런데 맨유 신 구장 프로젝트를 수주한 회사는 통상적인 경기장 건설 기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단 5년 안에 경기장 건설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통상 10만석 규모의 스타디움을 새로 짓는 데 걸리는 기간은 10년 안팎(설계, 기반 공사 등을 포함)인데요. 실제로 캄 노우는 현재 노후 인프라 보수 및 확장 공사에 착수한 상황인데, 원래 10만석이었던 캄 노우를 10만5000석 규모로 확장하는 데만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5년을 예상했습니다.
일곱 번째. 무리한 계획 아닐까?
이번 계획을 맡은 건축 설계사가 눈에 띱니다. 영국의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인데요. 이회사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9만석 규모),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량인 프랑스 미요교(343m), 미국 애플 본사 캠퍼스 '애플 링' 등 초대형 하이테크 구조물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죠. 능력은 인정받은 셈인데요.
그럼 계획이 있을까요? ‘프리 팹’ 기술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프리 팹은 공장에서 건물 일부를 마치 부품처럼 찍어낸 뒤, 현장에 옮겨 완성된 구조물로 결합하는 방식의 공법인데요. 현장에 건설 자재를 옮겨 건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보다 건설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죠.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건설된 ‘런던 스타디움’도 프리 팹을 적용해 개장 이후 유지보수 비용을 아꼈습니다.
따라서 맨유 신구장도 160개의 ‘블록’으로 쪼개 설계하고 이 블록을 영국 전역에 퍼진 공장에서 제조해 화물선으로 실어 나른다는 계획인데요. 맨유 새 구장도 운하가 통과하는 물가 근처에 지어질 예정이기에 경기장 블록을 운송하기 쉽습니다.
여덟 번째. 성난 팬심을 돌릴 수 있을까?
돈만 확보된다면 경기장 건설은 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믿을 만한 설계회사가 공사를 맡는다는 점도 그렇고요. 문제는 역시 윗물에 있습니다.
맨유의 재정 문제는 2005년 미국의 글레이저 가문이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구단을 인수하면서 시작습니다. 당시 구단 인수를 위해 차입한 5억5000만 파운드의 부채는 오히려 늘어 현재 10억 파운드에 육박하죠.
지난해 2월 짐 랫클리프가 맨유를 인수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랫클리프는 첫해에만 2억3천8백만 파운드(약 3천300억원)를 투자했으나 부채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죠.
그러자 황당한 일을 벌입니다. 미래를 위해 꼭 데리고 있어야 할 최고 유망주까지 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6살에 맨유에 입단해 2023년 17세의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초신성 코비 마이누입니다. 20살 밖에 안됐지만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에도 발탁돼 A대표팀에서 10경기나 뛰었죠. 그런데도 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홉 번째, 누구나 계획은 있다 쳐 맞을 때까지는.
맨유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돈도 문제지만 성적과 팬심을 잡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무리 멋진 구장이 지어지더라도 팬들이 외면하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실제로 올시즌 맨유는 2부리그 강등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 성적이 처참했습니다. 현재 유로파리그 8강에 진출해 있긴 하지만 우승하지 않으면 큰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멋진 새 구장만 짓는다고 상황이 반전될까요? 본질인 축구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빛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갭투자들처럼 말이죠. 자칫 능력을 뛰어넘는 신구장 짓다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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