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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벤츠’에 왜 중국산 배터리를 넣었을까?

경불진 이피디 2024. 8. 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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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탄다고 죄인 됐다.”

 

최근 이런 하소연을 하는 전기차 차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인천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 난 전기차 화재 사고가 큰 충격을 줬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어제도 충남 금산에서도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러자 전기차 포비아란 말까지 나오면서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진입을 막는 아파트까지 등장했습니다. 자칫 주민간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인데요.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다들 아시다시 지난 1일 인천 아파트에서 화재를 일으킨 전기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QE. 하지만 탑재된 배터리는 중국 파라시스 제품입니다. 이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타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벤츠에 왜 중국산 배터리가 쓰였을까요?

독일을 대표하는 명차인 벤츠 모회사 다임러 그룹의 1대주주가 누굴까요?

 

놀랍게도 중국 국유기업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입니다. 무려 9.98%를 보유해 최대주주죠. 물론 다임러도 베이징자동차 지분을 9%가량 갖고 있고 양사는 상호 지분율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놀랍지 않나요?

 

특히 스웨덴 볼보자동차와 영국의 로터스 등을 인수한 중국 민영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도 다임러의 지분을 9.69% 갖고 있거든요. 따라서 베이징자동차와 지리자동차 지분율을 합치면 다임러 그룹 지분은 무려 19.67%.

 

그러니 중국산 배터리를 많이 쓸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벤츠 EQE에는 글로벌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의 제품도 탑재됐지만 이번 사고 차량에는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9년 설립된 파라시스는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권 배터리 기업입니다.

 

다만 파라시스 배터리는 이전에도 화재 위험성이 지적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여 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했는데요. 파라시스가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도 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로도 벤츠 EQE 모델은 화재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2023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EQE 350+ 모델에서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이번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의 구체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탑재된 배터리가 파라시스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품질 불량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럼 어제 불이 난 기아 EV6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EV6SK온에서 생산한 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중국산 배터리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럼 전기차 배터리 전반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화재 사고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183건에 불과하던 전기차 화재는 20197202011202124202243건 등으로 늘다가 지난해에는 72건으로 급증했습니다.

 

단순 수치로만 5년새 24. 내연기관차의 화재도 적지 않지만, 증가율 측면에서는 전기차 화재가 압도적이죠.

 

전기차 배터리는 수백개의 배터리 셀로 구성되는데, 셀 사이 전압차가 균일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특정 셀 하나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습니다. 특히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두극이 서로 만나면서 과도한 전류가 흐르고 열이 발생해 역시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배터리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열폭주 특성상 한번 불이 나면 진화가 쉽지 않습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불과 1~2분 만에 온도가 1000도까지 치솟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불길을 키우는 산소와 가연성 가스마저 배출되죠. 인천 전기차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이 차량 하부 배터리에 집중적으로 물을 뿌렸지만 8시간 넘게 화재가 지속된 이유입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피해를 막기가 더욱 어렵죠. 전기차 화재는 분말 소화기 대신 차량을 통째로 담그는 이동형 소화수조 등 대형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데 지하주차장에는 이같은 장비 반입이 여의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진입을 금지하고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죠.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분명 존재합니다.

 

소위 얼죽신이라고 하죠. 얼어죽어도 신축을 선호한다는 말인데요. 이런 신축아파트 대부분은 아예 지상 주차장이 없습니다. 신축만이 아니죠.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은 어린이 보호와 보행권 확보 등을 이유로 지하주차장만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주차·충전시설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사항입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2022128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주차 대수 2% 이상, 이후 아파트들은 100세대 이상 신축 공동주택의 경우 5% 이상 범위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합니다. 신축 아파트일수록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주차·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거죠. 전기차를 타지 않는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까요? 동의를 받더라도 이전설치비용은 누가 내야 할까요?

 

게다가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요즘같은 폭염에는 지상주차장에서 충전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열관리는 통상 2535도에 맞춰지는데 35도를 넘는 폭염이 덮칠 경우 이러한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거죠. 화재가 더 빈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아예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예 중고로 팔려는 차주들도 있고요. 특히 이런 결정을 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보험.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의 경우 피해규모가 그야말로 역대급입니다.

 

31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23명이 연기를 흡입했으며 72대의 차량이 전소되는 등 140여대의 차량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아파트 5개 동 480여 가구에 대한 전기공급시설이 파손됐고 1500여 가구가 수도를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죠.

 

피해액이 천문학적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차량보험의 경우 대물배상은 사고 1건당 10억원 한도로 가입하잖아요. 한마디로 전체 피해를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죠. 이에따라 책임 소재를 두고 피해자 측과 처음 화재가 발생한 벤츠 차량 보험사, 벤츠 및 판매사 간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비싼 전기차 보험료도 크게 올라갈 가능성도 크죠.

 

그렇다고 내연기관차를 계속 탈 수는 없잖아요. 가뜩이나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요. 대책은 없을까요?

 

어제 정부 관계자는 오는 12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관련 소방안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언론들은 전하는데요.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는 1일 발생했는데 대책 회의는 12? 참 빨리도 합니다. 따라서 크게 기대되지 않고요.

 

특히 내가 차량 배터리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 확인하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는데요, 정부는 내년에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참 빠르죠(?).

전기차 차주 분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입니다.

 

100%까지 완충하지 않고, 8090% 정도로 충전하는 것이 화재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데요. 또 급속 충전기보다는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화재 위험을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급속 충전기는 80% 수준에서 충전이 멈춰지지만, 완속 충전기의 경우 차주가 직접 충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100%까지 충전되잖아요. 물론 차주가 충전 비율을 직접 설정할 수 있지만 이걸 쓰는 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죠. 따라서 아예 완속 충전기에도 과충전 방지 기능을 탑재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한가지. 셀 사이 균형을 맞춰 과열과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셀 밸런싱도 필요하다는데요. 배터리 충전량을 20% 이하로 떨어뜨린 다음 완속충전기로 100%가 될 때까지 충전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최소 한달에 한번은 셀 밸런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는데요.

 

매일 출퇴근 하기도 힘든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다니 정말 귀찮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도 있습니다.

 

임종우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 김원배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팀, 삼성SDI 연구진이 배터리 열 폭주억제법을 개발했다는데요. 국제 유명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된 이 연구에 따르면 고품질 알루미나 코팅법으로 열 폭주를 성공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가 실용화돼서 전기차 포비아가 사라지고 우리기술의 전기차 배터리가 세계를 제패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정부가 R&D예산도 팍팍 밀어줘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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