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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 예산안 보니···‘건전재정’이라 쓰고 000라 읽어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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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 예산안 보니···‘건전재정’이라 쓰고 000라 읽어라?

경불진 이피디 2023. 8. 3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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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이라 쓰고 00이라고 읽는다.’

흔히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죠.

 

예를 들어 손흥민이라 쓰고 에이스라 읽는다”, “시식용이라고 쓰고 식사용이라고 읽는다” “박피디라고 쓰고 아재개그라 읽는다등 많잖아요. 재미있기 때문인지 재치있기 때문인지 신문 제목이나 소설, 영화는 물론 일상에서도 이런 표현이 자주 쓰이죠.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저는 이런 말투가 너무나 불편하거든요. 시력이 나쁘거나 난독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용할까요? 그냥 손흥민, 식사용, 미남이라고 직접 표현하면 헛갈리지 않잖아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런 표현이 일본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요.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읽는 방법이 여러 가지잖아요. 그래서인가 일본인들에게 명함을 받으면 꼭 발음을 알려주곤 하죠. 같은 한자인데도 다르게 발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일본 문학 등에는 ‘A라고 쓰고 B라고 읽습니다. 그 이유는?’ 이런 언어유희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표음문자인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은 일본어처럼 다르게 발음할 일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굳이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라는 표현을 써야 할까요?

 

갑자기 표현을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요. 내년 예산의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182000억 원 증가한 6569000억 원입니다. 지출증가율은 2.8%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 만능주의와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채 발행으로 지출 규모를 늘리기보다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를 추진해 재정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는 이렇게 평가하더라고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우려가 큰데도 건전재정으로 선회한 것은 대담한 도전이다. 지난 5년간 난무했던 현금 살포가 끊어지면 금단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적극 재정 요구가 커지는 현실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3조 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전체 예산 사업 13000여 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건전재정을 표방한 내년도 예산안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재정만능주의, 선거 매표예산 배격에 큰 기대를 나타냈고요.

 

그런데 정말 박수를 보낼만 할까요? 정부의 발표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내년 국세 수입을 3674000억원으로 예상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2022년 세수 3959000억원보다 286000억원이나 적습니다. 법인세수가 2022년보다 249000억원 줄고, 종합부동산세도 2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는데요. 한마디로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쪼그라들 것이라고 정부가 인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제가 이렇게 침체할 것으로 보이면 대부분의 국가는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살리려고 합니다. 코로나 당시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자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이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부은 것이 대표적인 예죠.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재정 위기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내년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돈을 쓰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이건 재정만능주의 배격이 아니라 재정불능주의. 즉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재정만능주의 배격이라고 쓴 것을 우리는 무정부상태라고 읽어야 하는 것인가요?

더 심각한 것은 내년도 예산 중 가장 많이 삭감된 것이 R&D 예산입니다. ‘R&D카르텔이라는 듣고 보도 못한 용어를 거론하며 칼질한 삭감폭이 무려 16.6%. 다른 어느 쪽보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기초 연구 예산은 2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2000억 원, 6.2%가 깎였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도 2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000억 원, 10.8%나 줄어 전 출연연이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R&D 예산이 줄었던 때가 있었을까요?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1998년부터 2001년까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기에도 감소는 없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감소하는 것은 1992년 이후 무려 32년 만.

 

그런데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311000억 원으로 편성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초격차 핵심기술과 미래 성장동력 육성 등을 위해 정부 R&D 투자가 30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180도 바뀐 것인데요.

 

이게 끝이 이나죠. 정부가 "국내 연구진 중심의 폐쇄적인 연구 체계 극복을 위해 외국 우수기관의 정부 R&D 직접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줄어들 R&D 예산이 해외 연구기관에 유출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선거 매표예산 배격이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는데요. R&D예산은 대폭 줄었지만 늘어난 사업도 있습니다. 바로 노인과 청년, 취약계층과 저출산 지원 사업 등인데요.

 

정부는 내년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진입을 맞아 노인 일자리는 103만 개로 늘립니다. 역대 최대. 일자리 수당도 6년 만에 7% 정도 오릅니다. 예산이 32%나 늘었습니다. 또 취약계층에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13.2% 인상해, 4인 가구 기준 최대 월 213,000원 늘어난 1834,000원을 받게 됩니다.

 

활용이 저조한 알뜰교통카드는 폐지하고 대중교통 이용 횟수에 비례해 교통비를 환급받는 'K-패스'를 도입하는데, 청년층과 저소득층은 각각 연간 324,000, 576,000원씩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여기에 올해 태어난 신생아 출산 가구가 2년 내 주거자금을 대출받을 경우, 소득요건을 연 7,000만원에서 13,000만원으로 완화하고 시중보다 싼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사병 월급은 병장 기준 30만원 오른 165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데요. 여기에 올해 10% 넘게 줄었던 SOC 투자예산은 내년엔 5% 정도 늡니다.

 

그런데 이런 예산의 공통점이 있지 않나요? 물론 필요한 예산이긴 하지만 다 표와 관련된 것이잖아요. 그런데 매표예산 배격이라고요? 이것도 매표예산 배격이라고 쓰고 표퓰리즘이라고 읽으라는 건가요?

 

더 심각한 것은 건전재정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쓰지 않아도 될 돈을 펑펑 쓰겠다고 하고 있는 점인데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어업인에 대한 금융 지원, 수산물 소비쿠폰 등 관련 예산은 약 7,380억원이나 편성됐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적극 반대해서 방류를 막았다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잖아요.

 

게다가 우크라이나 관련 예산을 올해 629억원에서 내년 5200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증가폭이 무려 8. 우리의 미래인 R&D예산을 대폭 삼각 하더니 그걸 우크라이나 지원하는데 쓴다고 합니다. 정말 기가 막히죠.

그럼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한 건전재정은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보면 총수입은 올해보다 136000억원 감소한 6121000억원, 총지출은 182000억원 증가한 6569000억원입니다. 이로 인한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9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3.9%, 정부가 재정준칙을 만들자며 제시한 기준(-3.0%)을 넘어섰습니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재정 건전성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입니다.

 

나라곳간이 비었다고 그렇게 난리치더니 내년도 국가채무는 62조원 가까이 늘어난 11962000억원으로 GDP 대비 51.0%나 됩니다. 50.4%로 예상되는 올해보다도 0.6%포인트 높아집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202136%, 35.9%, 37.6%, 43.6%, 46.7%였던 것과 감안해도 훨씬 높고요. 코로라라는 위기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이것도 건정재정이라고 쓰고 재정파탄이라고 읽으라는 건가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가장 나쁜 것은 정부의 거짓말입니다. 건전 재정을 한다라고 말을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거액의 감세를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해를 끼치고 있는 행위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예산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현정부의 발표는 00이라 쓰고 00이라고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살펴할 것 같습니다. 자칫 정부의 발표만 믿었다가는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 고통까지 받아야 하나요? 일본식인 ‘00이라 쓰고 00이라고 읽는다는 표현이 사라지고 직설적으로 명확히 이야기하는 우리식 표현을 우리정부에서도 쓰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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