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쉽다]“코스피 5000 시대 열겠다” ‘이재명 공약’ 꿈이 아닌 이유는?
코스피 5000.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밝힌 포부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돼 있다. 이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어제 코스피가 2488.42로 마감했으니 2배가 넘게 뛰어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성 불가능한 수치다’ ‘말도 안되는 헛꿈이다’ ‘대선 앞두고 뭔소리를 못하겠느냐’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오늘 경제쉽다에서는 코스피 5000시대 가능성을 타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6·3대선을 앞두고 금융투자협회장 및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경제 키워드인 ‘회복과 성장’을 방점으로 두고 주식시장 살리기 위한 해법을 공개했는데요.
현재 자본시장이 부동산 중심,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태임을 지적하며, 비정상적 요소만 제거해도 3000포인트는 무난히 넘을 수 있고, 추가 조치로 5000포인트도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자본시장이 부동산에 편중돼 있고 오너중심의 지배구조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선과 개혁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죠. 이를 추진할 사람들도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재벌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들이 교묘하게 방해를 했기 때문인데요.
이 후보는 이를 타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타파하겠다는 것일까요? 이 후보가 제안한 해법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자본시장 제도 개선과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신뢰 제고인데요.
우선 자본시장 제도 개선의 핵심은 상법 개정 추진입니다. 놀라운 점은 한덕수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민주당 주도의 상법개정안을 재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세진 상법개정안을 공식화했는데요. 이사 충실의무 확대(참조: 삼전이 ‘오만전자’에서 벗어나려면···상법 개정안 중요한 이유는?)뿐만 아니라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까지 담겠다는 겁니다. 기존 개정안에 담겼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이사의 행동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확대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구성 자체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가 후보마다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신, 선출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투표에서 최다수를 얻은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이사로 선임하는 까닭에, 소수주주가 추천하는 이사를 1명이라도 뽑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죠.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이런 투표 방식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현재 유명무실한 수준이죠. 현행 상법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 적용을 배제할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상법 개정에 의무화 조항을 넣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고 있는 거죠. 이에 대해 개미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10일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이 증가하고 있고, 집중투표제의 운영 방식에 관한 정관 변경안이 여럿 상정된 것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매우 후진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고요.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현행 상법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에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두고, 그 가운데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감사위원 선임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도 적용합니다. 지배주주의 영향을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 기반은 마련돼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죠. 대주주의 전횡이 끝이질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후보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방안은 분리선출 위원을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배주주로부터 감사위원,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거죠. 당연히 재계에서는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낮아지지 반대하겠죠. 반대 논리는 ‘행동주의 펀드 등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건데요. 경영능력도 없는 재벌 3세, 4세에게 경영을 무조건 맡기는 것이 더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위 아닌가요?
이 후보도 재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이기적인 소수들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집안에서 혜택 보고 규칙 안 지켜 부당한 이익 얻으면서 어떻게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냐. 상법이 개정되면 대주주의 횡포와 비정상적 경영 등 (주식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자본시장이 경제 전반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 후보가 잘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 이날 제안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럼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신뢰 제고 해법은 뭘까요?
우선 주가조작에 대한 엄단을 예고했습니다.
이 후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에 가담하면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게 하겠다”며 “임직원과 대주주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고, 단기차익 실현 환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정말 필요한 조치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유독 주가조작 처벌이 솜방망이잖아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주가조작 행위가 적발되면 부당 이익을 전부 반환하게 하고, 민사제재금도 별도로 부과하죠. 한마디로 주가조작하다 패가망신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가조작범의 무려 90% 이상이 징역형을 면합니다. 시장에선 ‘재수 없어서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주가조작 의혹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다는 건데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누구도 떨고 있겠군요.
뿐만 아니라 이 후보는 주식 시장 개편에 대해서도 의견을 꺼냈는데요.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증시 시가총액은 세계 15위인데 경제적 수준(명목 GDP 기준 세계 12위)에 비해 떨어져 있다. 그런데 (상장) 종목 수는 세계 5위”라며 “실제로는 거의 가치가 없는 종목들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PBR이 0.1~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청산(상폐)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죠.
참고로 우리나라와 GDP규모가 한 두 단계 아래인 호주의 ASX200 지수는 7800선, 스페인의 IBEX 35는 12900선입니다. 물론 기준시점 등이 다르기 하지만 코스피가 2400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호주 ASX200 2.22%, 스페인 IBEX 35는 18.62%가 오른 반면 코스피는 5.36%나 하락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상장 후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지 못하면 해당기업을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뜻을 나타냈습니다. 서 회장은 “PBR이 1 이하인 기업들은 자산가치는 높은데 규모가 작다든가 전통적 기업, 제조업 기반 기업인 경우가 많다. 평균 PBR을 현재(0.8 이하)의 두 배 수준인 1.6으로만 만들어도 코스피 5000포인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고요.
이와 함께 공정한 합병 평가, 일반 주주 보호 강화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쪼개기 상장’ 예방을 위해 모회사의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고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이익으로 돌리겠다는 방안도 공약했습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선 후보 중에 주식시장에 대해 이렇게 날카로운 질문과 핵심 방안을 제시한 경우가 있었을까요? 그 비결이 있습니다. 사실 이 후보도 과거 개인 투자자였기 때문인데요.
최근에 펴낸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오마이북)에서 “나도 한때 개미였다. 1990년쯤 주식투자를 시작해서 소형 ‘잡주’를 속된 말로 ‘몰빵’을 했다가 깡통도 많이 차 봤다”면서 “특히 IMF때는 좀 간이 커져가지고 선물 뿐 아니라 심지어 풋옵션 거래까지 한 적이 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죠. 물론 엄청난 손해를 봤다가, 이후에 우량주에 장기투자로 본전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책에서 ‘국장(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 원인을 크게 네 가지로 꼽았는데요. 경제정책 부재를 비롯해 불공정한 시장, 지배경영권 남용, 마지막으로 안보위기 등을 들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코스피 5000시대의 해법'도 큰 틀에선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공정성입니다.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죠. 그는 “주식시장에는 ‘주가조작으로 돈을 벌어도 힘만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깊은 불신이 퍼져 있다”면서 “주가조작, 시세조정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거죠.
시장의 불공정과 기업의 불투명한 구조는 결국 투자자의 신뢰 위기로 이어집니다. 그 많던 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마저 미국 등지로 갈아타고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웃픈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몇 배씩 뛰어 오를 때 코스피는 항상 제자리였거나 심지어 하락했던 이유죠.
“경쟁력은 공정성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시스템으로 엄혹한 국제경쟁을 어떻게 이겨 나가겠습니까? 많은 약자들의 이익을 빼앗아 특정 소수가 그 이익을 독점하면서 돈 벌어가지고 국제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물론 트럼프의 관세 전쟁 등 해외 여건이 쉽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없앤다고 코스피 5000 시대가 반드시 오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법을 강화하고 주가조작을 엄벌하겠다는 이 후보의 다짐에서 속 시원한 ‘개미’들이 많을 것입니다. ‘주식 투자는 해당기업과 동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해온 경불진의 철학처럼 ‘지배구조 전횡이 줄어든 국내 기업과 동지가 돼볼까’라고 생각하는 개미들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그러면 코스피 5000시대는 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GDP가 낮은 호주, 스페인 지수는 훨씬 높잖아요.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4875486249
닉왁스베이스워시1리터 대용량(사은품: 베이스워시 300ml) : 경불진몰
[경불진몰] 경불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착한 쇼핑몰
smartstor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