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디픽]‘심리적 내란’에 빠진 자영업 경기···살릴 수 있는 비책은?
2025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14일이나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새해가 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사태는 한 달을 훌쩍 넘겼는데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죠. 법원의 체포영장도 거부한채 ‘석열산성’에서 장기 농성을 하는 바람에 온국민이 ‘내란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잖아요. 게다가 온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입니다. 충돌 직전 4분간 블랙박스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인데요. 이는 로또 당첨 확률에 버금갈 정도 드물다고 합니다. 여기에 전세계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까지 뒤흔들어 놓을 트럼프 취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는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나쁜 기운은 보내버리고 희망차게 뭔가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에 들려오는 거의 모든 뉴스가 우리를 좌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야 하겠죠.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을 보면 너무나 암울한데요. 결론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도 악화된다고 전망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와 비교해보면 금융시장과 심리지표는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지만 가계·기업의 받는 충격은 더 크다고 합니다. 소비자심리지수와 제조업 및 비제조업 업황전망 BSI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거죠.
특히 내란사태 이전 KDI는 4개월 연속 경기 개선(세)가 제약된다고 평가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경기 개선이 지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경기 개선의 속도가 늦춰지는 걸 넘어 아예 개선 자체가 늦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 결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된다”고 명시했습니다. KDI가 매월 발표하는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상황을 요약하면서 ‘경기 하방’을 경고한 일은 2023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그런데 2023년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불어닥친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이 장기화되기 시작됐던 때 잖아요. 결국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는데요. 올해는 자칫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거죠.
KDI의 지적만이 아닙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상대로 2024년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비상계엄으로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는 소상공인은 36%로 가장 많았는데요. 30~50% 줄었다는 답변도 25.5%에 달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윤석열의 내란사태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키운 것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는 336만8천133명으로, 이들이 빌린 대출(개인사업자대출+가계대출) 잔액은 무려 1125조3천151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50·60대 자영업자가 빌린 대출규모가 무려 700조원이 넘어 전체 대출의 65%가량을 차지했습니다. 희망퇴직 등으로 자영업을 시작한 50·60대가 빚무덤에 빠져들고 있다는 말인데요.
실제로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 어려운 상태인 고령층 다중채무자도 늘고 있습니다. 50·60대 개인사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95만7971명(47.1%)에 달했는데요. 2명 중 1명이 다중채무자인 셈입니다. 자영업 경기가 나쁜데다 윤석열 내란 사태까지 겹치면서 노후 대비는커녕 빚부담에서도 벗어나기 힘든 상태입니다.
도대체 정부는 뭐하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직무정지로 경제통이라는 최상목 부총리가 대행을 맡았는데 뭔가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하소연도 있고요.
그래서인가 어제 재미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RP) 총액은 47조6000억원에 달했다는데요.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한 해 동안의 매입 총액(42조 3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이미 한은은 지난해 1~11월 이미 58조 5000억원의 RP를 매입했습니다. 이로써 연간 매입액은 사상 최대인 106조 1000억원이 됐습니다.
도대체 RP가 뭘까요? RP는 일정 기간 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다시 매입·매도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채권입니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죠. 따라서 한은은 대내외 여건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경우 RP 매입을 통해 단기 원화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금융기관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채권을 되팔아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등이 썼던 양적완화를 생각하면 됩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윤석열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달 4일 밤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튿날 오전 RP를 비 정례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RP 잔액 평균은 14조 9000억원에 달해 직전 최고였던 2020년 6월의 14조원을 훌쩍 웃돌았죠. 내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악영향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크다는 것을 한은이 입증한 셈입니다. 한마디로 윤석열이 국가 경제의 발목을 부러뜨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역대급으로 RP를 매입했는데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유동성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통화당국(한국은행)이 시중에 화폐의 공급량을 크게 늘려도 이자율이 거의 낮아지지 않는 현상을 뜻하죠. 돈을 풀었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를 말합니다. 금융사들에게 엄청난 돈을 줘도 금융사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가지고 있으면 시중에 돈이 마를 수 밖에 없잖아요.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한다고는 하지만 대출심사는 깐깐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대출문턱이 여전히 높아 ‘대출 오픈런’이란 신조어도 생겨났잖아요. 그러는 사이에 금리는 내리는 시늉만 하고 돈을 풀지 않겠다는 거죠. 이러는 사이에 예금금리를 더 내려 예대마진은 더 늘리고 있습니다. 갈팔질팡하는 정부 정책을 핑계삼아 은행들만 수지 맞은 셈이죠.
지금 상황이 이런 것 같습니다. 우리 몸에 심한 상처가 생겠는데도 상처가 난 부위를 소독도 하지 않고 연고를 바르지도 않고 붕대도 감아주지 않은 채 몸이 건강해지면 상처가 자연스럽게 나을 것이라면 비타민만 먹고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처난 부위를 바로 치료해야 합니다. 소독도 하고 연고도 발라주고 붕대도 감아줘야 한다는 거죠. 현재 우리경제에서 가장 상처가 크게 난 부분이 자영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수출 대기업은 잘나가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힘들어지면서 자영업 경기도 덩달아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자영업 경기를 살리려면 내수 특단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영업 경기를 활성화시킬 비책말이죠. 바로 민생회복지원금.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꾸준히 주장해온 민주당은 오는 15일 지방정부 비상행동 전국회의를 개최합니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지역화폐 활성화와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에 나선다는 거죠. 구체적으로 △지역화폐 2조 원대 확대 실천 △지역 맞춤형 민생회복지원금 2천억 원대 편성 △ 공공 배달앱 확대 △쌀 농가 소득 보전 정책 △난방비, 전기료 등 생활비 경감 지원 정책이 논의됩니다.
조국혁신당도 내란사태 이후 침체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내란 회복 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해 내수를 살리자는 거죠.
이미 일부 지차제에서는 자체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전남 영광군은 설과 추석 명절 전에 각 1회 50만원씩 총 2회에 나눠 민생경제회복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경기 파주시는 21일부터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 원의 민생회복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했고 광명시도 설 명절 전에 1인당 10만 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정읍, 남원, 완주는 1인당 30만 원씩 지역 상품권으로 지원하며, 김제시도 1인당 50만 원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표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진태발 레고랜드, 태영건설 사태때 정부와 금융당국이 어떻게 했나요? 사적기업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수조원의 돈을 투입합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때 공식 투입한 유동성이 무려 95조원. 내수 살리기위한 민생지원금 예산의 몇배가 넘습니다. 어떤 것이 표퓰리즘일까요?